라면·연탄·성금 등 한달새 10건
익명기부 잇따라…“노송동 효과”
익명기부 잇따라…“노송동 효과”
지난 8일 오전 10시께 전북 전주시청 생활복지과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에서는 중년으로 여겨지는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라면 50상자를 사무실로 배달할 테니 소년소녀 가장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직원이 신원을 묻자 “이름은 알리고 싶지 않고, (전주시) 서신동에서 노점을 하는 사람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더 주고 싶지만 액수가 적어 오히려 부끄럽네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생활복지과엔 라면 상자가 도착했다.
전주에 익명으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얼굴 없는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전주시는 10일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익명으로 기부한 것이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를 포함해 모두 10건”이라고 밝혔다. 최춘희 전주시 희망복지지원 담당은 “전년에 비해 익명 기부가 늘어난 것은 13년째 노송동에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께 전주시 우아1동 주민센터에도 5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방문했다. 과거 오랫동안 우아1동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했다는 이 여성은 “비록 나도 힘이 들지만 더 힘들게 생활하는 이웃에게 써달라”며 100만원을 익명으로 기탁했다. 지난달 28일에도 한 동호회가 전화를 걸어 연탄이 필요한 가정을 소개해 달라며 문의한 뒤, 50만원(연탄 900장 상당)을 연탄공장에 직접 입금했다. 지난달 17일에도 한 독지가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추천해 달라며 해당자를 직접 만나 침대를 선물했다. 지난달 11일과 20일에도 전주시 덕진구청 생활복지과에는 성금 100만원과 귤 40상자가 익명으로 배달됐다.
한편 지난달 27일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는 40~50대로 추정되는 얼굴 없는 천사가 13년째 나타나 모두 5030만4600원을 놓고 사라졌다. 이 천사는 2000년부터 해마다 성탄절 전후에 찾아 지난해까지 모두 2억9775만720원을 기부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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