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임진강에서 떠내려온 얼음덩이들이 13일 오후 인천 강화군 외포리 선착장 앞바다에 흘러다니고 있다. 올겨울 한파로 얼음덩이들이 인천 앞바다에 유입돼 여객선 운항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농민들은 가축이나 비닐집 안 채소·꽃을 돌보느라 신경을 곧두세우고 있다. 강화/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국 한파…업종따라 손익계산 달라
축산·화훼 난방비 급증…특수 어려워
동물원도 비상 …겨울 축제만 ‘빙긋’
축산·화훼 난방비 급증…특수 어려워
동물원도 비상 …겨울 축제만 ‘빙긋’
올겨울 중부와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길게는 열흘 넘게 한파특보가 내릴 정도로 강추위가 이어지자, 축산농가와 시설재배·화훼농가 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겨울축제 등을 준비하는 곳은 한파를 반기는 눈치다.
지난 4일 오전 경북 안동이 기상관측 이래로 가장 낮은 영하 20.4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강추위가 몰아치자 경북지역 축산농가들은 축사에 전열기나 보일러를 틀고 가축에게 부직포를 덮느라 바빴다.
시설재배 농민들은 난방비 부담과 냉해로 작물에 생육부진 현상이 나타나 가슴을 졸이고 있다. 경북 문경에서 2㏊ 규모 딸기농원을 운영하는 신주현(48)씨는 “딸기는 저온에 견디는 힘이 강해 겨울에 따로 난방을 하지 않았지만, 올겨울은 너무나 추워 난방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간 난방비만 4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충북 최대 화훼단지인 진천군 덕산면 산수리 주민들은 한파와 폭설로 한해 최대 대목인 졸업·입학식 ‘특수’는 물건너갔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농민들은 ‘장미는 영상 20도 안팎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지금 같은 추위에 그 온도를 맞춘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안 온도를 1도만 올려도 난방비가 15%나 늘어나기 때문에 대부분 농가가 온도를 영상 15~17도에 맞춰놓고 있어 졸업·입학식 무렵 장미를 제대로 키워 출하할 수 있을지 바짝 신경을 곧두세우고 있다.
동물원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저기온이 영하 9도였던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바깥에 나와 있는 동물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영하 5도 이하에는 내실에 머문다.
유인원관 실내에 있던 아프리카 모나 원숭이들은 두세마리씩 모여, 햇볕이 내리쬐는 곳이나 적외선 열등 밑을 떠날 줄 몰랐다.
서울대공원은 열대·아열대지역 동물들의 우리에는 온열기와 열등을 온종일 틀고, 바닥에 열선을 깔았다. 청주동물원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도 열대 동물 등을 관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청주동물원 직원은 “보일러를 틀더라도 가끔 운동을 시켜야 하는데, 너무나 추워 동물들이 복지부동 상태라 동물 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파로 인천 앞바다에 얼음덩이 유입이 크게 늘면서 강화도 본섬과 석모도, 교동도 등 주변 섬을 잇는 여객선 운항도 지장을 받고 있다.
경기지역에 몰려 있는 골프장 150여곳 주변도 울상이다. 골프장 휴장으로 하루 10여만원을 받는 경기보조원(캐디)들이 일손을 놓았고 주변 식당가도 개점휴업 상태다.
반면, 한파를 반기는 곳도 많다. 겨울축제를 열거나 준비하는 지역이다.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충남의 알프스’로 일컬어지는 청양군에서는 다음달 11일까지 ‘칠갑산 얼음분수축제’가 열리고 있다. 높이 10m의 얼음분수 50여개와 하얀 눈이 강추위 속 절경을 이뤄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절반쯤 더 늘었다.
황준환 알프스마을운영위원장은 “평일에는 2000~3000명, 주말에는 6000~7000명이 축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인공빙벽장을 개장한 충북 영동군은 더 추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용산면 율리 초강천의 40~90m에 이르는 ‘영동 인공빙벽장’은 전국에서 온 빙벽 등반가들로 북적인다.
권혁철 김일우 전진식 김기성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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