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30)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7시30분께 택시요금을 내지 않아 택시기사에 이끌려 부산 사상경찰서 덕포파출소로 갔다. 경찰이 신원 확인에 나서자 김씨는 형(32)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불렀다. 지난해 택시 무임승차와 특수절도 혐의로 4건에 410만원의 벌금과 함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더 높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경찰은 김씨를 김씨 형으로 판단했다. 김씨의 운전면허증 사진과 경찰 컴퓨터에 저장된 김씨 형의 생김새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형이 남의 이름을 도용해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이른바 대포통장을 만든 혐의(전자금융법 위반)로 벌금 300만원을 내지 않은 사실을 김씨가 잘 알고 있던 것도 경찰의 의심을 피했다.
경찰은 김씨를 김씨 형으로 판단하고 오전 10시께 부산지검에 데려갔다. 부산지검도 별다른 의심이 없이 오후 6시께 김씨를 부산구치소로 데려갔다. 이곳에서 김씨는 형을 대신해 노역을 시작했다.
김씨의 거짓말은 김씨가 부산구치소에서 경남 진주교도소로 수감된 지난 4일 들통났다.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중이던 김씨 형이 벌금을 내려고 부산지검에 갔는데 자신이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씨 형의 항의를 받은 검찰은 부랴부랴 진주교도소에 전화를 걸어 수감중이던 김씨의 신원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진주교도소는 김씨의 열 손가락 지문 대조를 통해 김씨가 김씨 형이 아닌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5일 김씨를 부산구치로 다시 데려와 수감시켰다. 부산구치소에 처음 수감된 지 19일 만이었다. 김씨는 이날부터 부산구치소에서 자신이 내야하는 벌금 410만원에 대한 노역을 하기 시작했다.
검찰과 경찰 등이 김씨의 거짓말에 농락당한 것은 수사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의자나 수사대상자와 달리 불심검문 대상자나 벌금 수배자는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지문 날인으로 즉각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수사자료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불심검문 대상자나 벌금 수배자는 △신분증과 운전면허증 △경찰 단말기나 조회기의 운전면허증 사진 △손가락 지문번호 대조 등 3가지 방법을 통해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세번째 단계인 손가락 지문번호 대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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