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세금체납자들 ‘외유 족쇄’

전북, 5천만원 이상 30명 출금요청
재산 없다면서 수십차례 해외여행

전북에서 병원을 운영하다 10여년 전 폐업한 ㄱ(72)씨는 2007년부터 체납액이 5000만원을 넘겼다. 이제는 가산금까지 붙어 8900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외국을 본인은 4회, 배우자는 17회, 자녀 1명은 4회 다녀왔다.

전북 익산의 최아무개(59)씨는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주민세 등 130건에 6500만원을 체납했다. 2006년부터 체납한 최씨는 해외여행 목적으로 본인은 1회, 자녀는 7회에 걸쳐 출국한 기록이 있다. 전북 군산의 고아무개(53)씨도 재산세 등 4건에 6800만원을 체납하고도 2008년 이후 본인은 25회, 배우자는 6회에 걸쳐 외국여행을 다녀왔다.

전북도는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지방세를 5000만원 이상 체납한 고액체납자 30명에 대해 최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에도 출국금지를 받은 기존 체납자 28명에다, 최씨와 고씨가 더해졌다. 이들 30명의 체납액은 40억원이다.

출국금지 기간은 올해 1월25일부터 7월24일까지 6개월이다. 이전의 출금 기간은 지난해 7월25일부터 올해 1월24일까지였다. 법무부는 6개월마다 고액체납자들의 출국금지를 결정한다.

전북도는 대상자를 유효 여권을 가진 사람 중에서 출국 이력과 가족 재산상태 등을 검토해 재산은닉이나 국외도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 이들 체납자는 본인 명의로 재산을 소유하지 않고 있으며, 본인 명의로 재산을 갖고 있어도 경매 때 실익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군별로는 익산시 11명, 전주시와 군산시 각 8명, 남원시 2명, 부안군 1명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체납자들은 본인 명의의 재산은 한푼도 없지만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 모두가 윤택한 생활을 누리는 것으로 봐 고의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세금은 모두 공정하게 납부해야 하는데, 체납자가 많으면 성실 납세자가 불이익을 당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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