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작업자 “너무 많은 양 흘러나와”
안전조치 미이행 의혹…삼성 부인
안전조치 미이행 의혹…삼성 부인
유독물질인 불산 누출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사고 당시 저장탱크에 불산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탱크 밸브 교체 작업에 투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8일 새벽 불산 누출 현장에 투입됐다가 부상을 당한 에스티아이(STI)서비스 직원 서아무개(56)씨는 31일 <한겨레>에 “처음엔 (불산) 흡수대를 갖다 대 놓고 작업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수돗물이 나오듯이 너무나 불산이 많이 흘러나와 작업을 서둘렀다. 작업자들이 5분도 있지 못하고 수시로 나가서 물로 씻고, 20~30분 있다가 다시 들어가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는 불산 탱크나 밸브와 연결된 관을 완전히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에 투입됐다는 것이어서 삼성전자 쪽의 주장과 배치된다. 삼성 쪽은 그동안 ‘작업자 안전을 위해 누출 사고 이후 불산 탱크를 모두 비우고 밸브 교체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 전문 노동단체인 ‘건강한 노동세상’의 장안석 사무국장은 “사고 당시에도 반도체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은 것을 보면, 탱크나 공급관을 완전히 비우는 것과 같은 안전조처 없이 밸브 수리 작업을 강행한 것이 확실하다. 이는 명백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므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맹독성 물질을 다룰 때 안전조처를 소홀히 하면 사상자가 나올 것이 예상되는데도 작업을 강행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화면을 분석중인 경찰은 상당량의 불산 누출로 뿌연 증기가 깔린 현장에서 숨진 박아무개(35)씨가 지난 28일 0시13분부터 아침 7시45분까지 3차례 모두 6시간 동안 작업한 것을 확인했다. ‘누출된 불산이 설비에 조금 묻을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다’는 삼성전자 쪽 주장과 판이하다. 숨진 박씨는 내산복(안전복)을 입고서 밸브 교체 작업을 마무리하고 철수했다가, 나중에 다시 문제가 생기자 현장에 투입됐을 때는 방독면만 쓰고 있는 장면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이날 삼성전자 총괄안전팀장(전무) 등 삼성 쪽 관계자 3명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에스티아이서비스 쪽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삼성 쪽 12명, 에스티아이 14명(부상자 4명 포함) 등 26명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는 이날 오후 경기도 수원 연화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화성/김기성 기자, 김규남 조애진 기자 player00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국정원 직원, 다른 사이트에도 ‘정치 글’
■ “글 안썼다”→“대북심리전”…국정원, 거짓말 들키자 거듭 말바꾸기
■ 징역4년 최태원 ‘눈 질끈’…무죄 최재원 ‘눈물’
■ 박태환 아버지 “우리 태환이가 무슨 죄 있나요?”
■ 희토류 전쟁, 중국의 패배?
■ 국정원 직원, 다른 사이트에도 ‘정치 글’
■ “글 안썼다”→“대북심리전”…국정원, 거짓말 들키자 거듭 말바꾸기
■ 징역4년 최태원 ‘눈 질끈’…무죄 최재원 ‘눈물’
■ 박태환 아버지 “우리 태환이가 무슨 죄 있나요?”
■ 희토류 전쟁, 중국의 패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