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근처에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설치한 ‘이중섭 초상 조각상’을 배경으로 6일 방문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예술가들 미술마을 조성 한창
문화부·시에서 14억 지원받아
4.3㎞ 작품 전시 “미술관 온듯”
문화부·시에서 14억 지원받아
4.3㎞ 작품 전시 “미술관 온듯”
제주도 서귀포에선 예술로 살아나지 않는 게 없는 듯하다. 쪽빛 바다, 문섬·섶섬, 자구리 해안은 화가가 가면 그림이 되고, 시인이 가면 시가 된다. 한국전쟁 때 피난 온 화가 이중섭(1916~56)은 1년 남짓 서귀포 해안에 머물며 서귀포 자연을 마음에 품었다. 최고의 서예가 가운데 든다고 평가받던 소암 현중화(1907~97) 선생은 평생 서귀포 정방폭포 근처에 살며 서예혼을 불태웠다.
이들의 예술혼을 이어받고자 후배 예술가들이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나섰다. 지역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해 대규모 미술마을을 만드는 사업이다. 주제는 ‘유토피아로’ 조성이다. 이중섭미술관을 출발해 서귀포예술시장~샛기정공원~칠십리시공원~천지연로~자구리해안~소암기념관에 이르는 4.3㎞의 길이다. 길 주변에는 불로초를 캐러 서귀포에 온 중국 진시황의 사신 서복의 전설이 있고, 무병장수의 별이라는 남극노인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이달 말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귀포시로부터 14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자구리 해안은 제주 올레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중섭이 이곳에서 그린 <게와 아이들>을 스케치하는 모습을 브론즈로 실감나게 재현한 작품이 있어서다. 지난 1일 이곳을 찾은 양미진(36·대구)씨는 “마치 미술관에 온 것 같다. 조각공원이 하얀 파도에 어우러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감탄했다. 오래도록 낙후지역이었지만, 뛰어난 해안 경치를 배경으로 ‘자구리문화예술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엔 40개팀 200여명이 참여해 40점의 작품을 설치한다. 100m마다 작품이 들어서는 꼴이다. 김해곤 프로젝트 총괄감독은 “문화 소외 지역이나 쇠락해가는 지역에 문화마을을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자는 뜻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귀포가 한국의 예술섬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바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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