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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 시험비리’ 대포폰, 충남교육감도 썼다

등록 2013-02-14 20:28수정 2013-02-14 21:12

개입 의혹 확산…통화내역 수사중
출제위원·교사 등 20여명 연루 확인
김종성(63) 충남도교육감이 지난해 도교육청 장학사 선발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공모한 장학사 가운데 1명한테서 ‘대포폰’(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을 받아 쓴 사실이 드러났다. 장학사 3명과 출제위원 4명이 조직적으로 모의하고 응시 교사 18명이 수천만원씩을 건네는 등 20여명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도 밝혀졌다.

충남지방경찰청 수사 관계자는 14일 “김 교육감이 구속된 도교육청의 김아무개(50) 감사 담당 장학사한테 대포폰을 받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언제 누구와 어떤 통화를 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 장학사가 만들어준 전화를 무심코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번 사건을 공모한 장학사들은 휴대전화 유심칩(가입자 식별장치) 14개를 은밀히 바꿔가며 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구속된 태안교육지원청 노아무개(47) 장학사는 시험문제 유출 대가로 받은 돈을 “충남교육 발전을 위해 모아놨다”고 진술해, 윗선 개입 의혹을 키웠다. 김 교육감의 대포폰 통화 내역이 사건 실체를 밝히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날 법원은 지난해 7월 치러진 중등교사 장학사(교육전문직) 공개전형 시험문제의 유출을 주도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로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조아무개(52)씨와 김아무개(50)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사 담당 조 장학사는 시험 당시 출제위원과 교육청을 잇는 핵심 업무를 맡았으며, 김 장학사는 감찰 결과를 교육감에게 직보하는 측근이다.

경찰 조사 결과 노 장학사 등은 지난해 6월 시험 공고 무렵 응시 교사들 가운데 친분이 있거나 동아리 선후배 등을 골라 사전에 문제를 전달했다. 이들은 시험 출제위원 12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을 포섭한 뒤 응시자들에게 미리 전달한 논술·면접 예상문항이 시험에 그대로 출제되도록 유도했다. 이후 시험에 합격한 교사 18명한테서 1000만~3000만원씩 모두 2억6000만원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노 장학사는 수사를 앞둔 교사를 만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경찰은 노 장학사가 고향 선배의 계좌에 숨겨둔 2억3800만원을 찾아내 압수했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출제위원 4명, 돈을 주고 합격한 교사 17명을 추가로 입건한 뒤 초등교사 임용 시험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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