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설계때 반영해 4월 착공
사회약자 배려·행정용어 타파
사회약자 배려·행정용어 타파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김태훈(가명)씨는 하나뿐인 딸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다. 날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김씨에게 각종 준비물과 몇십만원인 교복값이 큰 부담이다.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를 찾아 상담했더니 시에서 기초수급자 자녀에게 교복비를 지원해준다고 한다. 김씨는 복지사가 민원실 뒤쪽의 작은 방으로 그를 따로 불러 교복값 지원 등 수급자 혜택을 알려줘 고마웠다. 김씨는 예전에 도움을 받으려고 주민센터를 찾을 때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싶어 괜히 불안했다.
서울 성북구가 낡은 안암동 주민센터를 새로 지을 때 별도의 상담실을 갖춘 민원실 등을 두는 등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권’ 개념을 적용하기로 했다. 김씨 같은 수급자나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민센터를 이용할 때 남의 시선 의식 등 사회적·문화적 차별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
성북구는 한국공간환경학회, 한국인권재단 등에 의뢰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인권 개념을 적용한 안암동주민센터를 4월 착공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 3월 준공 예정인 주민센터는 지상 6층 규모로, 청사 면적의 4분의 3에 주민을 위한 시설이 들어선다. 1층에는 주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가 설치되고 2층에는 별도의 상담실을 갖춘 민원실, 3층에는 문고와 강의실, 5층에는 헬스장, 6층에는 강당이 조성된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설계기획 단계에서부터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주민과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층별 활용안을 마련했다. 건축설계안 공모 때도 인권 개념에 근거한 설계지침을 줘 건축가가 인권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공사 기간 동안 2~3명의 주민감독관이 선정돼 준공 전까지 매달 한 차례 열리는 인권위원회에 참여해 관련 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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