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척문화재단에 15억원을 출연한 이병선 전 보람은행장이 지난 1월3일 고향인 영동군 매곡면에서 고향인 영동지역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영동군청 제공
작지만 마음만은 부자 마을이 있다. 충북 영동군 매곡면 장척리다. 42가구 100명 남짓한 주민들이 논·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아담한 이 마을은 ‘장척문화재단’(이사장 곽정균·67)을 꾸리고 있다. 자산만 15억원이다.
장척문화재단은 22일 오전 11시 매곡면사무소에서 지역 학생 22명에게 장학금 5000만원을 전했다. 매곡초등학교에 500만원, 장척마을에 1000만원 등 발전기금도 내놨다. 2008년부터 해마다 이맘때 지역 학생들에게 5000만~600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장척문화재단은 이 마을 출신 이병선(78) 전 보람은행장과 부인인 최길순(80)씨 부부가 출연한 돈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부부는 2006년 8월 10억원, 2008년 2억원에 이어 지난달 초 3억원을 더 내놨다. 이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이 전 행장이 평생 모은 월급과 부인 최씨가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면서 모은 돈이다. 이 전 행장은 1957년 은행원으로 시작해 한일은행장, 한일리스회장 등을 거쳐 1993년 보람은행장을 지내기까지 36년동안 금융인으로 살았다.
이 전 행장은 “월급장이로 살면서 자녀들 모두 공부시키면서도 조금 재산이 모여 고향 학생들과 고향을 조금 이나마 돕고 싶은 마음에 돈을 내놨다. 넉넉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어려움없이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재산을 문화재단에 내놓은 그이지만 재단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마을에서 농협조합장을 지낸 곽 이사장과 이장일을 맡아 보는 이창운(50)씨 등이 재단을 이끌고 있다.
곽 이사장은 “이 마을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모두 장척문화재단이 자랑스럽고 또 든든해한다. 앞으로 5억여원을 더 모아 대대로 돈걱정없이 공부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영동/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곽정균(오른쪽) 장척문화재단 이사장이 22일 오전 11시 충북 영동군 매곡면사무소에서 지역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영동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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