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은평구 응암3동 주민센터에 모인 은평 이(e)-품앗이 회원들이 지역아동센터, 경로당 등과 함께 ‘품앗이 놀이학교’를 열고 있다. 회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모여 품과 물품을 주고받는다. 은평 이-품앗이 제공
10개 자치구 품앗이 공동체 활동
가상화폐 적립으로 물품 교환하고
재능기부 서비스 등으로 상부상조
은평구 회원 1400명 열성적 참여
가상화폐 적립으로 물품 교환하고
재능기부 서비스 등으로 상부상조
은평구 회원 1400명 열성적 참여
서울 은평구의 이(e)-품앗이 회원인 양아무개씨는 최근 중학교를 졸업한 옆집 아이가 입던 교복을 얻었다. 양씨의 큰아들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에 진학해 바로 교복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는 당장 교복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몰라 이-품앗이 게시판에 ‘교복을 0문(지역화폐 단위)에 드리겠다’고 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씨의 답이 왔다. 김씨의 남편은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에게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길러주려면 반드시 물려받은 교복을 입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단다. 김씨는 양씨를 직접 만나 교복을 건네받으며 아들이 쓰던 6학년 교과서와 참고서를 양씨 아들에게 물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양씨와 김씨는 서로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으며 친근한 이웃사촌이 됐다.
이-품앗이는 회원이 제공한 재능과 서비스가 가상화폐인 ‘문’ 등으로 적립돼, 실제 돈을 내지 않고도 필요한 물품이나 ‘품’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품이란 재능기부 같은 일종의 서비스로, 아이 돌보기, 미용, 의료, 집수리, 학습지도 등 다양하다. 가상화폐는 현금으로 충전할 수 없고 품이나 물품으로 벌어야 하며, 가격은 당사자들이 정한다. 거래 뒤 각자의 통장과 누리집(poomasi.welfare.seoul.kr)에 결과를 기록하는 식이다. 지역 안에서만 통용되는 가상의 지역화폐를 매개로 인적·물적 자원을 나눠 쓰는 일종의 ‘공유경제’다.
서울에선 2010년 하반기~2011년 상반기 10개 자치구에서 품앗이 공동체가 만들어져 활동중이다. 서울시는 가장 활발한 은평구를 비롯해 구로·관악·마포·광진구 5곳에 지난해 4월 품앗이 회원 전용 공간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이-품앗이의 거래 품과 물품은 매우 다양하다. 각 지역 게시판엔 무용 강좌(5000문)를 해주겠다는 등의 제안이 올라오고, 베트남 출신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기초 영어(2만문)를 배우고 싶다고 요청하고, 팔을 다쳐 불편하다며 화장실 청소(4만문)를 대신 부탁하거나 큰 등산배낭(5000문)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제안과 요구가 잇따른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만 아니라 동별로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주민센터 등에서 정기 모임을 하고 품과 물품을 주고받는다.
은평 이-품앗이 운영위원장인 장형선씨는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해온 목공일을 이웃들에게 가르쳐서 번 문으로 이웃이 쓰지 않는 물건을 사는 데 쓴다. 지난해에만 130여건의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은평 이-품앗이의 회원은 1400명가량이다. 올해 4000명까지 회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은평 이-품앗이는 회원이 늘면서 가맹점으로 등록한 동네 음식점과 꽃집, 안경점, 미용실 등에서도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들 가게에서는 값의 20~30%를 문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은평구 응암1동의 주민센터엔 이-품앗이 회원들끼리 출퇴근길에 들러 물건을 주고받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은평 이-품앗이는 지난해 말 민관협력 우수사례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고, 최근엔 지역화폐로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관람도 가능해지는 등 나날이 활성화되고 있다.
장형선씨는 “이-품앗이에선 주로 이웃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소모임이 활발한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웃공동체 문화가 형성된다. 이웃들과 어울려 서로 돕고 나눠 쓰는 일이 삶의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MB 나간 청와대 ‘이사 대작전’
■ “한켤레당 공임 500원 도둑맞아” 39년차 구두쟁이의 분노
■ ‘7번방의 선물’ 1000만 돌파에 경찰이 왜…
■ [강명구 칼럼] “그 사람 참 쿨하잖아”
■ [화보] 떠나는 이명박 ‘카메라도 그리울거요’
■ MB 나간 청와대 ‘이사 대작전’
■ “한켤레당 공임 500원 도둑맞아” 39년차 구두쟁이의 분노
■ ‘7번방의 선물’ 1000만 돌파에 경찰이 왜…
■ [강명구 칼럼] “그 사람 참 쿨하잖아”
■ [화보] 떠나는 이명박 ‘카메라도 그리울거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