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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로 구조 지연 ‘저체온증 참사’

등록 2013-03-10 20:37수정 2013-03-10 22:31

전북 군산 어선 화재 참사 현장
전북 군산 어선 화재 참사 현장
군산 어선화재 왜 피해 컸나
자체진화 하느라 해경신고 늦고
물 뛰어든지 2~3시간 뒤 구조
선원 11명중 9명 사망·1명 실종
9일 전북 군산 서해에서 조업하던 꽃게잡이 어선의 화재로 선원 9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참사는, 선원들이 진화하려다 신고가 늦어진데다 짙은 안개로 구조헬기가 제때 현장에 닿지 못한 점 등이 작용해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양경찰과 해군은 함정 20척, 항공기 7대를 동원했으나 구조 시간이 늦어지면서 선원들은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날 새벽 4시30분께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서쪽 24㎞ 해상에서 꽃게잡이를 하던 20t급 통발어선 201현승호(충남 태안 안흥선적)의 기관실에서 불이 났다. 선장 박덕열(50·경남 통영)씨 등 선원 11명은 불을 끄려다 실패하자 50분쯤 뒤 무선으로 태안어업무선국에 신고했다. 유일하게 생존한 기관장 이경만(50·경남 고성)씨는 “기관실 쪽에서 불이 나 기름탱크 쪽으로 옮겨붙었다. 바로 진화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신고한 뒤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불은 초기에 기관실 엔진에 붙어 있었고 선원들은 그릇 등을 이용해 식용수와 해수로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보조 연료탱크의 연료게이지 호스가 터지면서 기름이 흘러나오자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다. 해경 관계자는 “유류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기로 불을 꺼야 하는데, 해수 등을 이용했다가 불이 확산된 것 같다. 배에 소화기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산해양경찰서는 해경·해군 경비정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으나, 해경 271함이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15분께였고, 짙은 안개로 수색에 애를 먹었다. 파고는 1~1.5m로 높지 않았으나 맨눈으로는 불과 200~300m까지만 식별할 수 있었다. 신고 10여분 뒤인 5시33분께 군산항공대가 헬기를 띄우려 했으나 기상여건 때문에 8시를 넘겨서야 이륙했으며, 인천항공대의 초계기가 1시간여 지난 6시30분께 이륙해 현장에 닿은 것은 7시5분께였다. 헬기 이륙이 늦어진 경위에 대해 군산항공대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자세한 것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6시33분부터 해경·해군 함정이 선원들을 차례로 발견해 7시35분쯤엔 10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발견 당시 선원들은 대부분 저체온증 등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으며, 기관장 이씨를 뺀 9명이 숨졌다. 물에 뛰어든 지 2~3시간이 흐른 뒤였다.

당시 사고해역의 수온은 섭씨 2도로, 이 경우 최장 생존시간은 45분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시간을 넘기면 반응속도가 느려지다가 두통·시력저하·발작 등을 보인 뒤 주요 장기의 기능장애로 이어진다고 구조 전문가들은 말했다.

신병수 군산해양경찰서 공보 담당은 “짙은 안개로 제때 구조헬기가 뜨지 못한데다, 경비함들도 안개 때문에 수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을 출항했던 현승호는 9일 오전 10시20분께 사고해역에서 가라앉았다.

군산/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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