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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디자인 입힌 학교
아이들도 달라졌다

등록 2013-03-13 22:51

지난해 10월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된 공진중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암벽을 오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해 10월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된 공진중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암벽을 오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범죄예방디자인 도입 공진중
교실·복도 화사한 색깔로 단장
교내 구석진 곳엔 암벽등반장
CCTV마저 놀이도구로 탈바꿈
“이전보다 무질서 인식 7% 하락”
“학교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어요.”

지난해 10월 학교폭력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티드) 개념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시범적용된 서울 강서구 가양2동 공진중학교 박정해 교사(43·국어)는 이렇게 말했다. 박 교사는 “교실 벽과 복도에 밝은 색칠을 해 학교가 화사하고 깨끗해졌다. 이곳 아이들의 피해의식과 보살핌을 못 받고 있다는 정서가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예방디자인은 디자인으로 범죄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기법이다.

주변에 4400여가구의 영구임대아파트가 들어선 공진중학교엔 저소득 계층의 아이들이 많다. 신입생을 보낸 학부모들이 ‘분위기가 어둡다’며 한마디씩 했다. 아이들은 늘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느꼈고 소외감도 컸다. 그랬던 학교가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이전에 페인트칠이 벗겨질 정도로 방치되거나 흰색이나 회색이었던 교실과 복도는 채도가 높은 다양한 색과 그림으로 꾸며졌다. 학교폭력과 흡연 등이 벌어지던 탈의실이나 교내 구석진 곳에는 춤추는 무대, 암벽등반장, 샌드백이 들어섰다. 학교폭력이 일어나기 쉬웠던 공간이 이제는 친구들과 놀고 스트레스를 푸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암벽등반장과 샌드백은 남학생들의 놀이터가 됐다. 방과후 친구들과 암벽에 곧잘 오르는 2학년 한요한군은 “(암벽등반장은) 이전에는 그냥 벽이어서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젠 정말 친숙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교내 사각지대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의 모니터가 학교 중앙현관에 설치되면서 춤추고 암벽을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했다. 이 모니터는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스티커 사진기처럼 꾸며졌다.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줬던 폐회로텔레비전을 ‘감시수단’이 아닌 ‘놀이도구’로 바꾼 것이다.

공진중학교처럼 범죄예방디자인을 입힌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골목길도 달라졌다. 주민들이 밤길 걷기를 두려워했던 어둡고 좁은 골목길은 주민들의 운동 코스가 됐고, 담벼락을 함께 꾸미며 친분을 쌓은 주민들은 각종 소모임을 만들었다. 염리동 주민자치위원장인 홍석택씨는 “주민들이 모임을 만들어 마을 돌기를 하고 있다. 어두운 골목에 모여 술 마시고 담배 피우던 청소년들이 사라지면서 동네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한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의 효과를 분석해 발표했는데, 공진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의 무질서 인식과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7.4%, 3.7%씩 하락했다고 밝혔다. 염리동 주민들은 자신에 대한 범죄 두려움이 9.1%, 가족에 대한 범죄 두려움이 13.6% 감소했다. 동네에 대한 애착은 13.8% 늘었다. 서울시는 범죄예방디자인이 실제 효과를 냈다는 판단에 따라 중랑구 면목4·7동, 관악구 행운동, 용산구 용산2가동 3곳을 시범사업지로 추가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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