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
불꽃발생 작업 못하게 돼있지만
현장 감독·감시자는 제지 안해
회사쪽, 허가서 드러나자 말바꿔
하청쪽 “우리 멋대로 할수 있겠나”
불꽃발생 작업 못하게 돼있지만
현장 감독·감시자는 제지 안해
회사쪽, 허가서 드러나자 말바꿔
하청쪽 “우리 멋대로 할수 있겠나”
1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 대림산업㈜의 폴리에틸렌공장 폭발사고 당시 작업허가서에 기재된 지침이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대림산업의 작업허가서를 보면, 대림산업은 지난 14일 폭발사고 당시 원인을 제공했던 용접 작업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작업자들이 용접 작업을 하는 것을 묵인했다. 작업허가서는 원청업체가 보수·정비를 맡긴 하청업체에 작업의 시간·내용·조건·요구사항 등을 표시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전달하는 문서이며, 현장에 반드시 게시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14일치 작업허가서에는 불꽃을 발생시키는 작업은 승인하지 않았고, 위험을 막기 위해 ‘직화 작업을 금지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문서로는 용접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대림산업은 사고 뒤 용접 작업을 사실로 인정했고 잔류 가스를 제거했기 때문에 용접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혀왔다. 김만중 대림산업 상무는 사고 이튿날 “저장조의 내부 검사를 위해 맨홀을 설치하려고 용접하던 중 폭발이 일어났다. 저장조 내부를 질소와 공기로 충분히 치환했고 가연성 가스를 빼낸 뒤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용접) 작업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대림산업의 작업감독자 정아무개(51·공무부 대리)씨와 작업감시자 김아무개(41·생산부 주임)씨 등 2명도 용접을 제지하지 않았다. 작업허가서 내용이 알려지자, 대림산업은 18일 “화기작업 중 브러싱·드릴링 등만 승인됐다. 용접은 조건이 까다로워 상황이 완전해지면 승인하려 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노동자 정아무개씨는 “원청 감독자가 있는데 하청 노동자가 멋대로 용접을 할 수 있겠느냐. 사고를 촉발한 용접의 책임을 노동자한테 전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대림산업 본사와 여수공장, 대전 대림연구소, 하청업체인 ㈜유한기술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고용노동부는 19일부터 2주 동안 대림산업 여수공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시행한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주관해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안전보건공단 등이 참여한 점검반을 꾸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울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석유화학단지의 특별안전점검을 촉구했다. 이들은 “울산지역 석유화학업체들도 정기 보수를 하고 있는 중인데, 노동부 안전점검이 있는 날은 원청업체 지시로 노동자들을 일찍 퇴근시키는 등 형식적으로 점검을 받는다”고 말했다.
폭발사고로 희생된 노동자 6명의 유족들은 1인당 보상금 5억3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19일 오전 9시 여수장례식장에서 합동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오전 10시엔 대림산업 여수공장 앞에서 노제가 열린다.
광주 울산/안관옥 신동명 기자, 김소연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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