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항쟁 65돌 위령제
재단에 국고지원 확대도 약속
유족 “이번엔 지키려나” 주목
재단에 국고지원 확대도 약속
유족 “이번엔 지키려나” 주목
3일 오전 제65돌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열린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는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탄 70~80대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맑고 푸른 하늘과 따뜻한 봄날씨 속에 잔설이 채 녹지 않은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다. 유족들은 위령제단 뒤쪽 위패봉안소를 찾거나,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나 3692명에 이르는 행방불명인 표지석을 닦고 국화 꽃과 제물을 올리고 예를 갖췄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맞는 위령제에 박근혜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제주 4·3 유족회와 제주도의회 등이 4·3 위령제 참석을 거듭 요청했으나 불참하고 조화만 보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위령제에 참석해 ‘4·3 국가추념일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추도사에서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4·3사건 추념일 지정’과 ‘4·3평화재단 국고 지원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추념일 지정, 4·3평화재단의 국고 지원 확대, 4·3평화공원 3단계 조성 등을 추진할 구체적인 일정 등은 내놓지 않았다.
유족들은 ‘박 대통령이 위령제에 불참했는데, 이번 정부에 총리가 약속한 사항이 지켜지겠나’ 하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 유족은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때는 4·3평화공원을 찾기도 했지만, 임기 내내 4·3을 언급한 적이 없다. 총리가 국가추념일 지정을 약속했는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4·3 위령제는 유족과 도민, 각계 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봉행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 여야 정당 대표들도 참석했다. 위령제는 유족 대표 헌화·분향, 고유문 낭독, 주제사, 추모사, 추모시 낭송, 4·3 유족회장 인사말, 유족 등 참가자 헌화·분향 등이 이어졌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 정문현 4·3 유족회장 등은 추도사·인사말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생계비 지원과 의료복지 실현 등을 위해 정부의 국고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화해와 상생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이고 조속한 해결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위령제 앞뒤로 종교 추모 의례, 무용 공연, 일본 소레이유합창단 공연 등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제주민예총 주관으로 4·3 문화예술 2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음악회 ‘저 산 위에, 아름다운 꽃그늘 아래’가 열려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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