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자살예방프로그램 보니
자원봉사자 530여명 매주 상담
고위험군은 별도 관리·치료
자살률 2년만에 7위서 21위로
자원봉사자 530여명 매주 상담
고위험군은 별도 관리·치료
자살률 2년만에 7위서 21위로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57)씨는 40대부터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해왔다. 증상은 나빠졌고, 시력까지 잃었다. 병수발을 들던 남편이 동네 주민과 외도를 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이씨는 두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노원구가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보건소 쪽에서 2011년 6월 그의 사정을 알게 된 뒤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고, 매주 한번씩 ‘생명 지킴이’를 집으로 보내 상담도 했다. 덕분에 이씨의 자살 위험성과 우울감을 나타내는 자살생각척도(SSI)는 1년 만에 30점에서 15점으로 줄었다. 이씨 자신도 “우울감이 많이 준 것 같다”고 했다.
노원구의 자살예방사업이 시선을 끌고 있다. 노원구가 자살예방사업을 시작한 2009년 구의 자살자 수는 연간 180명이나 됐다.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로는 29.3명인데, 서초구(15명)의 갑절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011년 12.9명이다.
노원구는 먼저 관련 조례를 만들고, 자살예방사업을 전담할 생명존중팀을 신설했다. 노원정신보건센터에도 자살예방팀을 꾸렸다. 경찰서·소방서·병원·고용센터·노인회·대학교 등 지역의 19개 기관과 협약을 맺어 자살예방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정신보건센터로 연락을 주는 식이다.
노원구는 또 ‘선택과 집중’을 위해 자살 취약층 8만90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사를 벌여 1만3420명의 ‘위험군’을 추려냈고, 이를 다시 ‘주의군’과 ‘관심군’으로 나눠 심층 상담 관리에 들어갔다. 이들에겐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530여명의 생명지킴이가 1주일에 한두차례 가정방문과 전화상담을 했다. 고위험군은 노원정신보건센터에서 따로 관리했고, 이씨처럼 치료가 필요한 이는 별도의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받도록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자살자는 2011년 145명 수준으로 줄었다. 자치구의 자살률 순위도 7위에서 21위로 끌어내렸다. 서울시는 3일 ‘마음이음 1080’이라는 자살예방 종합계획을 내놨다. 각 자치구를 자살예방의 중심으로 세우는 것을 뼈대로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회가 노력하면 자살을 줄일 수 있다. 노원구가 그 증거다. 노원구가 이룬 성과를 업그레이드해서 서울 전역에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정태우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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