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괴산 주민들이 기자로…우리삶 시시콜콜 전한다

등록 2013-04-07 20:34수정 2013-04-07 22:22

인터넷언론 ‘느티나무통신’ 만들어
농사정보·향토사 이야기 등도 담아
“가게에 부속품 사러 오는 여자분들은 대부분 남편 심부름입니다. 십중팔구는 물건 이름·생김새·쓰임새를 모르고요. 그러면서 아저씨는 집에서 수리중이라고 합니다. 부속이 없는데 무슨 수리를 합니까? 반주 한잔하고 아랫목에서 텔레비전 보고 계실 겁니다. 에그 남자들이란…. 하여간에 쯧쯧 밥 주지 마세요.”

<느티나무통신>(gsnews.or.kr)의 2월13일치 ‘에그 남자들이란’ 기사의 일부다. ‘일비잠비떡비술비’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정연도(48·철물점 직원) 기자의 글이다. <느티나무통신>은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인터넷 언론이다. 2009년 6월 주민 17명이 포털 ‘다음카페’에서 소소한 지역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했다가 3년여 긴 잠을 잔 뒤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이후 다시 언론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느티나무통신> 김의열(48) 이사는 “지역의 우리 소리를 대변하는 제대로 된 언론 하나 갖자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기존 언론이 너무 재미없는 것도 이유였다”고 했다. 창간 발기인 모집에 77명이 동참했고, 이들은 몇 차례 준비모임과 발기인대회(1월23일)를 거쳐 2월21일 괴산언론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지난달 29일 충북도에 인터넷신문 <느티나무통신>을 정식 등록했다. 주민기자 10여명은 안건모 <월간 작은책> 편집장, 백승권 전 <미디어오늘> 기자, 이재표 <충청리뷰> 국장 등한테서 글쓰기·언론관 등을 익혔다.

<느티나무통신>은 18일 오후 2시 괴산군민회관에서 창간기념식을 열어 군민들에게 알릴 참이다. 이 신문의 얼개는 △새 소식 △생활 이야기 △문화예술 △공부방 △지역 뉴스 △정보·상담실 △사랑방 등으로 짜여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식으로 짜인 기존 언론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펄떡펄떡 뛰는 생생 뉴스를 주민들의 말로 가감 없이 옮겨 재밌다.

발기인 모집의 열기가 뜨거웠다는 내용의 기사 제목은 ‘참여 열기 앗 뜨거워 디것시유’다. ‘솔뫼농장 유정호 간사 심신의 피로누적으로 힘든 시간 보내고 있음’ 기사(1월1일)에서는 유 간사의 상태를 “제초제를 맞은 바랭이풀처럼 몸도 마음도 말라가고 있다. 대선 결과가 치명타를 안겼다”고 썼다. 2개월 뒤인 3월11일에는 ‘유 부장(유 간사)에게 닥친 또다른 시련’이라는 후속기사에서 “옻에 오른 유 부장이 인체의 주요 부위(?)를 비롯한 약한 피부가 부어오르는 등 증세가 심해지더니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라고 쓰기도 했다. 약봉지를 옆에 두고 엎드려 자는 사진까지 곁들였다.

물론 자기들만 웃고 즐기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뿐 아니라 농사 정보, 생활 정보, 시, 음악, 향토사 이야기 등 쏠쏠한 정보와 교양 소식도 함께 담고 있다.

차광주(55) 협동조합 느티나무통신 이사장은 “지역에 있는, 생활이 담긴,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희망 잃은 정치, 색깔 잃은 언론에 새순을 돋게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작은 시도가 실천으로 이어져 어둡고 힘든 세상의 또다른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괴산/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북, 외국대사관 철수 권고 4월10일까지…왜?
초미세먼지에 캑캑대는 한국
“홈플러스, 떡볶이 대신 불볶이 판다더라!”
1박 2일 ‘포폴데이’까지…병원 문 닫고 프로포폴 투약
‘환상의 짝’…틀어지면 ‘환장의 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