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끊은 촉탁노동자의 아버지
“촉탁직 받지 않겠다면 사표 쓰라고 압력도 들어왔죠. 촉탁직으로 들어오면 2년까지 계약을 보장해준다고 약속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인 촉탁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 1월 말 해고된 뒤 두달여 만에 목숨을 끊은 공아무개(29)씨의 아버지 공병순(62)씨는 16일 아들이 지난해 7월 현대차 촉탁직으로 들어갈 때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숨진 공씨는 2008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변속기 사업부서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해오다 지난해 7월 회사 쪽의 권유로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는 촉탁 단기계약직으로 옮겨 근무했다. 당시 그가 다니던 사내하청업체 ㅅ기업에선 임시직으로 11개월 일하다 1달 쉰 뒤 정규직으로 16개월 근속한 상태였다.
공병순씨는 현대차가 정규직 전환 부담을 피하려 아들을 일부러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촉탁직으로 2년을 넘길 때쯤이면 현대차에 정년퇴직자들이 많이 생기게 돼 다시 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회사 쪽은 아들이 사내하청업체 근속 기간을 합쳐 2년이 다 돼가자 지난 1월 6개월 계약 만료와 함께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그는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1부에서 정규직으로 33년10개월을 근속한 뒤 2010년 말 정년퇴직했다.
그는 “아들은 해고된 뒤 말없이 혼자 외출하거나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했다. 이따금씩 ‘어떻게 회사에서 이럴 수 있냐’며 배신감에 몸을 떨며 울부짖었다. 아들은 촉탁직으로 들어간 뒤 연월차 휴가도 없이 잔업 특근도 마다않고 열심히 일만 해왔다”고 전했다.
아들 공씨는 지난 14일 저녁 울산 남구 옥동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돼, 이날 울산하늘공원에서 가족·친지 10여명이 장례식을 치렀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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