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에 ‘갈등·혼란 조장’ 적혀
“상생이 목적인데 걸림돌로 호도”
교수들 반발…인권위 제소 방침
“상생이 목적인데 걸림돌로 호도”
교수들 반발…인권위 제소 방침
경기 화성시 수원대 ㄱ교수는 15일 출근하고 학과장한테서 “정오까지 성명서에 서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ㄱ교수는 성명서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성명서엔 “우리 교수 일동은 분열과 갈등, 혼란을 조장하여 수원대의 발전을 저해하는 교수협의회의 활동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ㄱ교수는 수원대 교수협의회(교수협) 소속이지만 이제껏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16일 <한겨레> 기자를 만나 “대학은 재단과 교수회, 학생회로 이뤄진다. 교수한테 교수회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강요하는 게 대학이 할 일인가”고 말했다. ㄴ교수는 고민 끝에 서명했다고 했다. 그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최소한 왜 서명하는지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말끝을 흐렸다.
수원대(총장 이인수)에서 교수협 반대 성명서 서명이 진행되면서 대학 전체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수원대 교수협은 1987년 6월항쟁 뒤 설립됐으나 이를 주도한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의 압박을 받아 해산됐고, 지난달 26년 만에 재설립됐다. 교수협은 전체 한국인 교수 300여명 가운데 10%인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한겨레> 3월20일치 12면)
교수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교수협 게시판에 “교수협이 이적단체도 아니고, 대학 발전과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데 대학의 걸림돌로 호도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교수는 “비겁해지기는 참 쉽고, 정의로워지기는 어렵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교수협은 15일 긴급 공지를 통해 “교수협 반대 서명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양심을 파괴하는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다.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학 쪽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수 대학 총장이 단과대별 간담회를 진행한 끝에 각 단과대학 학장들이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수원대 홍보과장인 이문행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올해 가을 대학기관 인증을 위한 평가를 앞두고 한마음으로 가자는 취지에서 서명이 이뤄졌다. 대학 쪽의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미행’ 논란도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달 재창립 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이 학내에서 미행을 받는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인데, 대학 쪽은 “일부 직원의 과잉 충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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