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련·시민환경연구소
“삼성전자 지하통로 만들며
역 경사에 병목형태로 설치”
“삼성전자 지하통로 만들며
역 경사에 병목형태로 설치”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서울 강남역의 침수는 빗물을 빼내는 하수관거가 ‘엉뚱하게’ 설치됐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하수관거가 강남역 밑에서 갑자기 병목처럼 좁아지고, 바닥에 역경사까지 있었다.
서울환경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는 두 차례의 하수관거 현장조사를 통해 역경사와 단면적 축소, 지나친 꺾임 현상 등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하수관거는 보통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기울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7m 구간에서 오르막(1.5m)이라는 것이다. 또 하수관거의 단면적 크기도 절반(2m × 3m → 2m × 1.5m)으로 줄어 병목을 형성했다. 약 5m 구간에선 하수관거가 70~80도씩 두 번이나 꺾여 있었다. 이 하수관거는 양재천에서 강남역 밑을 거쳐 반포천으로 빠지는데, 강남역 부근에서 물 흐름이 막힌 셈이다. 감사원과 서울시는 감사를 통해 하수관거 설치 위치가 옮겨졌고 형태가 변경됐다(아래로 길쭉한 2m × 3m → 옆으로 나란한 1.5m × 1.5m짜리 3개)는 문제점을 밝혀냈지만, 역경사와 병목 형태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사실상 처음이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강남역 침수는 강남역과 삼성전자를 잇는 지하통로를 만들면서 하수관거를 이리저리 옮기다 발생한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삼성전자 연결통로를 만들다 보니 하수관거가 역경사 등 총체적 부실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의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도 새삼 문제가 됐다. 박 소장은 “삼성은 강남역 연결 지하통로를 확보해 결과적으로 상가 활성화 등 사유지의 가치를 높였다. 삼성은 사유지 가치가 높아진 부분에 대해선 사회에 환원해 강남역 침수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삼성이 강남역 침수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있음에도 (협력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삼성의 ‘비협조’를 에둘러 비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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