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밀양 송전탑 반대 ‘움막 농성’ 재개

등록 2013-05-16 21:23

한전의 송전탑 건설장비 진입을 막기 위해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마을 주민들이 마을 진입로에 움막을 짓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전의 송전탑 건설장비 진입을 막기 위해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마을 주민들이 마을 진입로에 움막을 짓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항리 등 철탑 예정지 주민들
마을입구 막고 공사 재개 대비

“보상비? 살던대로 살고싶을 뿐”
대책위 “노인들 상대로 전쟁선포”
한국전력공사가 울산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할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오는 20일께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자, 공사를 반대하는 경남 밀양지역이 다시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송전탑이 세워질 예정인 4개 면의 주민들은 16일 한전 쪽 송전철탑 공사 장비의 진입을 막으려고 길목마다 지키며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 화악산 기슭 해발 600m쯤에 있는 ‘하늘 아래 첫 마을’로 25가구 30여명이 모여 산다. 주민들은 모두가 도시에 살다, 자연과 더불어 노후를 보내러 돌아온 사람들이다. 등산객을 위한 식당 2개를 빼면, 누구도 마을에서는 돈벌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마을도 초고압 송전탑 4개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충돌 터가 되고 말았다. 주민들은 마을 진입로 옆에 지난해 초 움막을 짓고, 한전의 공사 장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지난해 9월 한전이 공사를 중단해 주민들도 농성을 풀었으나, 한전이 공사 재개를 선언함에 따라 다시 움막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서울에 살다 2000년 평밭마을로 옮긴 김사례(85) 할머니는 “여기가 무릉도원이라 생각해, 평생 모은 재산을 정리해 들어왔다. 송전탑 대신 우리가 요구하는 지중화 공사를 해라. 돈이 많이 든다면, 주민들이 십시일반 경비를 보탤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하루 2명씩 당번을 정해 아침 7시30분부터 24시간 움막에서 지내며, 한전 공사 장비가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고 있다. 이들은 만일에 대비해 모두 유서를 써서 갖고 있다. 한옥순(66·여)씨는 “한전은 돈으로 주민들을 갈라놓는 말 그대로 ‘동족상잔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위양마을도 마을 진입로 옆에 움막을 짓고, 주민들이 7개조를 짜서 돌아가며 한전 장비 진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권영길(76) 마을 이장은 “500년 넘게 이 마을에서 대대로 살았다. 조상들이 묻혀 있는 종중산에 어찌 송전탑이 꽂히도록 하겠느냐. 만약 한전이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구덩이를 파면, 내가 먼저 그 구덩이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희경(78) 할머니는 “주민들이 계속 공사 반대를 하니까, 한전이 주겠다는 보상금이 자꾸 올라가더라.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다. 이곳에서 살던 대로 그냥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농성장에서 가장 젊은 박순연(72) 할머니는 “우리는 휘발유도 준비해뒀다. 만약 공사를 시작하면 몸에 불을 붙여 한전 직원을 껴안고 함께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공사 재개 선언은 노인들에 대한 전쟁 선포”라며, 한전에 공사 중지를 요구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정부, 공약 뒤집고 ‘철도 민영화’ 추진
채널A “광주폭동 때 머리 좀 긴 애들은 다 북한 전투원”
죽음 부르는 ‘진드기’ 정체와 대처법은
며느리 친언니를 친구가 성폭행하게 도운 시아버지
[화보] 용산 미군 기지에 웬 일본군 기념비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