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표지석
서거 직후 청주시민 성금모아 제작
설치 추진장소마다 보수단체 반발
청원군 폐교 한켠에 임시로 설치
노무현재단 “청남대 설치 요구할 것”
설치 추진장소마다 보수단체 반발
청원군 폐교 한켠에 임시로 설치
노무현재단 “청남대 설치 요구할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충북에서는 고단하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추모객들이 낸 성금으로 만든 추모 표지석이 4년이 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16일 이 표지석은 청원군 문의면 마동창작마을 한켠에서 뙤약볕을 받으며 외롭게 서 있다. 이곳은 청주에서 차로 한시간 남짓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시골로, 이홍원 화백 등이 폐교를 개조한 미술 작업장이다. 2년 전 내팽개쳐지듯 이곳에 남은 표지석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세상에 온 표지석은 5년째 기구한 운명을 이어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청주시민위원회는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낸 성금 가운데 400여만원으로 표지석을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 49재인 2009년 7월10일 상당공원에 설치하려 했지만 청주시와 보수단체가 막았다. 400여m 떨어진 한 성당에 옮겼지만 일부 신도가 막고, 보수단체가 파손 위협까지 하자 일주일 만에 청원군 오창의 한 농가 창고로 피신했다. 2년 가까이 어둠 속에서 볏가리 등과 벗하며 지내다 2011년 4월 다시 성당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신도, 보수단체 등에 쫓겨 지금의 폐교에 자리를 잡았다. 이홍원 화백은 “표지석 속 노 전 대통령은 웃고 있지만 볼 때마다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누추한 곳에 모셔서는 안 되는데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표지석은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청남대에 설치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이번에도 보수단체가 눈을 부라리자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노 전 대통령이 일반에게 개방한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 관련 유물, 기념물 등이 비치돼 있다. 게다가 개방 당시 청원군 문의면 주민 5800여명이 노 전 대통령의 개방 지시에 고마워하는 뜻으로 선물한 돌탑까지 세워져 있다. 표지석 제작을 주도한 김연찬 시민위원장은 “상당공원이 최선이라면 청남대는 차선이다. 이명박길까지 만든 청남대에 표지석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보수세력들의 표를 의식한 단체장 등이 머뭇거리는 사이 표지석은 더욱 비참한 신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4돌을 앞두고 표지석 문제 해결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조상 노무현재단 충북준비위원장은 “4주기 추모행사 때 표지석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다가 여러 이유 때문에 접었다. 하지만 표지석을 청남대에 설치하는 것을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근 충북도의원도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충북도와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청남대 설치를 강하게 건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상진 충북도 대외협력관은 “청남대에 대통령 역사교육관이 만들어지면 그곳에 표지석을 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가 국비 등 70여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관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아 표지석의 노숙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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