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산란지 대구 망월지서
부화뒤 자란 새끼들 숲으로 이동
부화뒤 자란 새끼들 숲으로 이동
전국 최대 규모의 두꺼비 산란지로 유명한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망월지에서 새끼 두꺼비떼가 이동을 시작했다.
망월지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들은 지난 19일 새벽 5시부터 수천 마리가 떼를 지어 인근 욱수골 숲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끼 두꺼비들은 올해 들어 첫 이동을 시작했으며, 6월 초순까지 비 오는 날이나 습기가 많은 새벽 또는 밤 시간을 이용해 3~4차례에 걸쳐 대략 200여만마리가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2~3월이 되면 어른 두꺼비들이 욱수골에서 망월지로 내려와 알을 낳은 뒤 새끼들이 몸길이가 2~3㎝로 자라나는 5월 중순~6월 초순이 되면 다시 떼를 지어 골짜기로 돌아가는 생태 순환이 되풀이된다.
망월지는 2007년 5월 대구경북녹색연합에 의해 두꺼비 산란지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망월지는 인구 250만명의 대구시 도심지에 자리잡은 두꺼비 서식지로, 의미가 남다르며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대구 망월지 두꺼비 보존협회’(공동회장 박희천 전 경북대 교수, 송준기 치과의사)를 꾸린 뒤 대구시 및 수성구 등과 공동으로 수질정화, 로드킬 방지 담장 설치, 캠페인, 세미나 등 보존활동을 펴고 있다. 보존협회 쪽은 “올해는 생태통로 보완 사업과 망월지 주변 텃밭 철거, 청소년 생태교육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망월지는 2만여㎡ 크기의 저수지로 25명이 소유권을 나눠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때 망월지를 택지로 바꾸려 했다가 법원이 “저수지 상태로 보존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무산됐다.
김부섭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은 “60억원을 들여 대구시에서 저수지를 사들이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매입계획을 보류하고 현 상태에서 두꺼비를 보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양서파충류 전문가로 알려진 대구보건대 김구환 교수는 “망월지 주변에 찜질방 등이 들어서면서 2009년 250만마리를 웃돌던 새끼 두꺼비들이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욱수골 중간중간에 물길을 따라 두꺼비들이 알을 낳을 수 있는 자그마한 보를 만들어 ‘확장습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0년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망월지를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망월지 외에도 청주 원흥이 방죽, 서울 우면산, 인천 계양산 등이 두꺼비 서식처로 손꼽힌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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