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공사 ‘부실감사’에 뒤집어진 제주

제주도개발공사에 대한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처분 결과를 두고 제주지역의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도 감사위원회의 제도적 독립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1일 도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에 대해 “이번 감사 결과는 도지사 측근의 문제를 알아서 비켜간 눈치보기 감사의 결정판”이라며 감사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개발공사의 인사채용 문제는 낙하산 인사, 무원칙 인사, 보은 인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다. 사장과 이사회는 물론 인사위원회에 속한 구성원들에 대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된 인사채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임시직 24명을 채용한 시기와 무시험 사유, 무경쟁 사유 등을 밝히고, 지난해 4월 임시계약 관리 4급으로 채용됐다가 6개월 만에 공고나 경쟁절차 없이 비공개로 정규직 관리 3급으로 채용된 이유를 밝혀야 하며, 채용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다수 유통을 두고도 “도외 유통과 관련해 5개 대리점 선정 부문이 이번 감사에서 거론될 줄 알았으나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의혹을 갖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삼다수 유통과 직원 채용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재윤 사장을 해임할 것을 제주도에 촉구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도 지적됐다. 제주참여연대는 “감사위원회를 해체하고 도지사로부터 독립한 감사기구를 새로 구성하라”고 요구했고,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개발공사의 감사 결과는 ‘불공적 감사’다. 감사위원회는 완전한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도 “감사위의 솜방망이 처벌은 전형적인 ‘자기 사람 감싸기’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는 검찰 수사 의뢰 등을 포함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오재윤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2010년 7월 취임 이후 ‘공정사회’를 언급하며 “사회가 통합되려면 도가 갖고 있는 ‘삼다수’(제주도개발공사)가 도내에서 가장 큰 기업인 만큼 채용 과정이 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2월 도청 정례 직원조회에서도 “(어떤 사람이) 우당도서관에서 3~4년 취직공부를 했는데 매일 나오던 친구가 안 나와서 나중에 알고 보니 삼다수에 취직했다고 하더라. 채용 공고가 난 적도 없었다. 이러면 대통합이 되겠나”라며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도 민선 5기 출범 이후 우 지사의 선거를 도운 최측근인 오재윤 사장을 비롯해 이사와 간부급까지 공모 또는 특채 형식으로 제주도개발공사에 들어갔다. 모두 이번 감사결과 도마에 오르내리는 이들이다.

허호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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