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통증 호소…가로수 말라죽어
포항시는 이틀간 현장조사 했지만
누출량·시점·물질 등 파악조차 못해
포항시는 이틀간 현장조사 했지만
누출량·시점·물질 등 파악조차 못해
경북 포항시 철강공단 업체에서 페놀로 추정되는 유독물질이 유출돼 시민들이 통증을 호소하고 주변 가로수들이 말라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업체는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포항시는 지난 9일 공단 쪽의 신고를 받고도 2주가 지난 23일까지도 유출된 유독물질이 무엇인지, 언제 얼마나 유출됐는지를 파악하지 못해 ‘늑장 대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포항시는 23일 유독물질을 쓰는 남구 호동 ㅍ기업에서 유독물질이 유출됐다는 신고가 지난 9일 접수돼 현장에서 이틀 동안 조사했다고 밝혔다. ㅍ기업 공장에 물을 공급하는 기계의 수압조절 장치가 고장나, 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유독물질이 대기중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포항시는 밝혔다. ㅍ기업은 페놀과 황산, 염산 등 유독물질을 사용해 현금영수증 같은 특수종이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감열제지 첨가제를 만드는 업체다.
유독물질이 대기중으로 유출되면서 ㅍ기업에서 20여m 떨어진 동북지방통계청 포항사무소 직원 20여명이 두통과 목이 아픈 증세를 보였으며, 6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ㅍ기업 주변 단풍나무·느티나무 등 가로수가 50여그루 말라죽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 현상이 나타났다.
ㅍ기업 쪽은 “유독물질이 지난 9일쯤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페놀과 염산, 황산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출된 유독물질이 페놀은 절대 아니다. 신고해야 되는 줄 몰랐다”고 밝혔다.
단속 업무를 맡은 포항시는 이날까지도 정확한 유독물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신기익 포항시 환경위생과장은 “ㅍ기업에서 제때 신고하지 않아 언제 얼마나 유출됐는지를 모른다”고 털어놨다. 대구지방환경청도 “오염 사업장 단속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ㅍ기업의 오염 유출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ㅍ기업과 포항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문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유독물질 유출 경위와 늑장 대처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항/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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