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23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 앞의 접이식 철문 등 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다. 성남시와 토지주택공사는 판교 새도시 안에 지어진 재개발구역 주민 이주용 임대 아파트의 일반 공급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성남/김기성 기자
‘재개발구역 주민 이주용 아파트 문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성남시가 물리적 충돌을 빚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성남시가 토지주택공사 정문의 시설물을 강제철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23일 오후 2시께 대형 굴착기와 덤프트럭 각 1대 등을 동원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옥 정문 시설 3곳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시 공무원들은 이날 오후 1시20분께 공사 정문 앞에 집결해 “공사 사옥 내부에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하겠다”고 진입을 시도했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이에 시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이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시 공무원은 300여명, 토지주택공사 직원은 600여명으로 불어나 대치했으며, 경찰은 폭력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 잠시 중간지대에 경찰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시 공무원들은 사옥 진입을 시도하며 “정당한 공무집행을 막는다”고 주장했고, 공사 직원들은 “재개발 사업에 대한 보복이다. 폭력배와 다를 바 없다”며 설전을 벌였다.
이 사이 시의 굴착기는 공사 버스 2대의 방해를 뚫고 철거 대상물까지 접근했고, 곧바로 공사 직원들이 육탄 저지에 나섰다. 다시 몸싸움이 벌어져 양쪽 직원 각 1명이 다쳐 병원으로 호송됐다. 공사 쪽은 심각한 충돌을 우려해 오후 2시께 굴착기의 정문 앞 진입을 허용했다.
양쪽의 대치가 일단락 되자, 시 공무원들은 토지주택공사 정문 앞에 설치된 차량통제용 접이식 철재·벽돌 구조물(약 15㎡)과 진입로 주변 스테인리스 울타리 4개(약 20m), 진입로 중앙 화단(약 4m) 등을 연이어 철거했다. 작업은 2시간 만에 끝났다.
성남시는 “도로법 제45조를 위반해 같은 법 제65조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지주택공사 쪽은 “1997년 4월 준공 때부터 16년 된 시설을 법적 절차도 이행하지 않고 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양쪽의 ‘감정 대립’은 토지주택공사가 성남시 원도심 재개발구역 주민 이주용으로 지어진 아파트를 일반 임대 아파트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토지주택공사는 지난 21일 판교 백현마을 2개 블록 3591가구 가운데 4단지 1869가구를 일반에 임대 공급한다고 공고했다. 이 단지는 성남시 수정·중원구의 2단계 재개발구역(신흥2·중1·금광1구역) 주민 이주용 임대아파트로 2009년 12월 준공됐으나, 주민 갈등과 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 등으로 재개발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4년째 빈집 상태다. 공사는 “빈집 방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해소하고 무주택 서민에게 입주 기회를 주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으나, 시는 “재개발 약속을 어긴 무법자적 횡포”라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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