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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예산편성 참여” “첫술에 배부를수야”…아직 걸음마

등록 2013-05-26 20:51수정 2013-05-26 21:53

전북 익산시는 올해 처음으로 주민들이 직접 마을사업을 결정해 시행하도록 예산 59억원을 배정했다. 지난 23일 익산시 월성동 진입로 확장·포장 공사를 익산시 공무원이 설명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전북 익산시는 올해 처음으로 주민들이 직접 마을사업을 결정해 시행하도록 예산 59억원을 배정했다. 지난 23일 익산시 월성동 진입로 확장·포장 공사를 익산시 공무원이 설명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호남 쏙] ‘주민참여예산제’ 우린 어디까지 왔나
과거 ‘예산’은 공무원들의 성역이었다. 200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 북구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됐다. 큰 변화였다. 그 후 10년, 호남·제주에서 주민참여예산제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무늬만 참여예산 주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해도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일쑤다. 전북 익산지역 시민단체는 지난해 동네 예산 편성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익산참여연대와 좋은정치시민넷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공모사업에 응모해 지난해 2월 사업자로 선정된 뒤, 모현동·삼성동 2곳에 우리동네 행복예산 만들기에 나섰다. 2개 동에 35명씩 주민위원 70명을 모집했다. 8차례 교육 과정을 거치고 동네 현장을 돌아다녔다. 모현초등학교 주변 가로등·폐회로텔레비전 설치, 송정제 생태습지 조성 등 20개 의제를 발굴했다. 그해 9월 주민투표로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익산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대부분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이상민(45) 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주민 위원들에게 권한이 없어 ‘의견 개진’이라는 형식적인 참여에 그칠 뿐이다. 시가 주민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예산을 편성해도, 의회에서 슬그머니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형편 탓이 크다. 광주광역시 북구 예산계 정재강씨는 “일반회계 예산의 66.3%인 사회복지예산에 인건비까지 쓰고 나면, 구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별로 되지 않는다. 다만 예산을 모두 공개해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주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 ㄱ군 예산 담당은 “주민과 골고루 나누고 싶어도, 갖고 있는 떡이 없는 것이 기초단체의 현실이다. 예산이 적어 한쪽 의견을 들으면 다른 의견은 소외될 수밖에 없어 주민간 갈등이 생길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 관 주도 위원 구성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주민자치위원장이나 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천편일률적으로 구성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광주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 80명 가운데 당연직을 뺀 위촉직은 71명인데, 자치구와 실·과 추천 위원이 35명이나 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36명을 공모했는데, 이들도 대부분 단체 소속”이라고 말했다. 집행부인 광주시와 인연을 맺은 인사들로 구성된 탓에, 예산 편성에 참여하면서도 행정의 눈치를 살피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전남 고흥·장성군 등 일부 자치단체는 운영 조례를 만들었지만 위원회는 구성하지 않고 있다. 고흥군은 위원회 구성·기능을 명시한 조례 개정안을 준비중이고, 장성군은 2010년 11월 이런 개정안을 군의회에 냈는데, 예산 심의·의결권 침해를 꺼리는 군의원들이 3년째 보류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

주민들이 직접 예산 편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1989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시가 처음 도입한 뒤 전세계로 번졌고, 우리나라에선 2003년 광주광역시 북구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11년 8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은 이 제도를 시행하도록 제도화됐다.

권한 없는 주민 위원들
자치단체 열악한 살림구조 탓
예산 의견 내도 우선순위 밀려

참여예산위 구성 ‘천편일률’
자치위원장·단체 대표로 채워져
행정 눈치 살피는 부작용도

시민들 참여 아직은 저조
“참여했으면 공부해야 한다”
제도 홍보·의견 수렴 미흡 지적

성과와 새로운 시도
“세금 어떻게 쓰는지 알게돼 의미”
광주 북구는 결산 내용도 알리고
익산선 주민이 직접 사업순위 결정

■ 주민 참여 ‘기지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아요? 무엇보다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시민이 직접 참여해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지난해 전북 익산시 참여예산위원을 지낸 황정택(54)씨의 이야기다. 광주 북구 예산참여시민위원회 김정원(59) 위원장은 “참여했으면 공부해야 한다. 위원들과 토론하고 학습한 뒤 예산을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은 “예산학교 등 예산 교육을 통해 제주도의 전체 예산 규모와 흐름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참여예산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소중한 성과다. 다만 이 제도의 취지는 어떻게 나눠먹을 것이냐가 아니라, 제주도 전체 예산의 방향성과 복지나 문화 등에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 북구의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은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한 뒤 이듬해 결산 내역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다음달 28일 광주 북구는 시민위원회 5개 분과별로 결산 내용을 설명한다. 집행부가 주민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예산을 편성했어도 의회 심의 과정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김정원 광주 북구 예산참여시민위원장은 “다음해 예산 편성 과정에 이런 경험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실험 전북 익산시는 새로운 주민 예산 참여 실험을 했다. 익산시의 주민참여 예산 반영 건수가 2008년 22건, 2009년 33건, 2010년 34건, 2011년 38건, 2012년 34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예산 반영 액수는 요구액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익산시는 주민과의 대화 때 마을 안길 포장, 보안등·하수구 정비 같은 민원이 쏟아지자, 먼저 사업 예산을 배정한 뒤 주민들이 사업을 선정하고 그 우선순위도 결정하도록 했다. 이상춘 익산시 기획예산과장은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머무르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예산을 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29개 읍·면에 기계화 경작로 사업(농로포장) 30억원 등 59억원을 투입해 주민들이 사업을 결정하고 설계·준공·집행까지 하도록 했다. 올해 익산시 일반회계 1010억원의 5.8%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익산시 월성동 주민대표 원연숙(63)씨는 “마을 주민들이 길이 좁아 농기계와 차량이 빠지기도 했던 농로를 확장·포장하기로 결정하고 사업이 시작돼 다들 반가워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안관옥 정대하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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