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부산서 복지법인과 합심
경부선 낀 마을 생활가구 무료수리
경부선 낀 마을 생활가구 무료수리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에 사는 김아무개(72·여)씨는 싱크대를 사용할 때마다 문짝이 바닥에 떨어질까 봐 조심해야 했다. 40여년 된 싱크대 문짝이 오래전부터 절반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싱크대를 바꾸거나 기술자를 불러 고치려 해도 생활 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김씨는 더이상 싱크대 문짝이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29일 복지법인 우리마을과 코레일이 무료로 수리를 해줬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묵은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다. 집까지 찾아와서 싱크대를 수리해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장롱, 의자, 싱크대 등을 거저 수리해 주는 ‘가구 리폼’ 사업은 2008년부터 경부선 기찻길을 끼고 사는 마을 27곳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복지연대가 지난해 10월 처음 시작했다가 올해부터 우리마을이 이어받았다. 우리마을은 이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좋자 코레일에 동참을 제의했다. 이에 코레일은 설비 수리 등에 재능이 있는 직원들을 보내고 수리에 사용한 부품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목공예 작가인 정종훈씨 등 목공 전문가들도 재능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씨 등 목공 전문가들과 설비 수리 등에 재능을 지닌 코레일 직원 등 10여명은 29일 오후 2~6시 장비를 들고 개금3동 8통 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옮길 수 있는 가구는 트럭에 실어 마을회관 마당에서 수리를 하고, 옮길 수 없는 가구와 문, 싱크대 등은 직접 집을 찾아가 수리를 했다.
주최 쪽은 주민들한테서 수리 비용을 받지 않았다. 수리에 참여한 목공 전문가들도 일당은 받지 않고 수리에 사용한 부품 등 재료비만 주최 쪽으로부터 받았다. 목공예작가 정씨는 “나의 재능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지인들과 함께 가구 리폼에 참여하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일범 우리마을 간사는 “기찻길 옆 마을은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역이다. 소외된 이웃들이 가려워하고 필요로 하는 작은 것들을 찾아내서 해결해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다. 가구 리폼은 재능기부를 받아서 적은 비용으로 이웃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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