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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거가대교 뚫린뒤, 거제 시장 ‘썰렁’ 부산 식당·극장가 ‘북적’

등록 2013-06-02 22:47

지난달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시장. 석탄일을 맞아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이용해 건너온 관광객들이 많았으나 전통시장인 이곳은 한산했다.
지난달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시장. 석탄일을 맞아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이용해 건너온 관광객들이 많았으나 전통시장인 이곳은 한산했다.
[영남 쏙] 거가대교 개통 2년5개월
거가대교는 항구도시 부산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남 거제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었다. 민자사업으로 세워 ‘세금 먹는 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 속에 거가대교가 개통한 지 2년5개월 동안 부산과 거제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통행시간 2배 빨라졌지만
비싼 통행료에 통행량 ‘뚝’
민자업체에 수백억 차액보전

거제도 해안가 펜션만 와글
전통시장들은 손님 뚝 끊겨
폐점 잇따라 대책마련 호소

부산은 거제시민들 원정쇼핑
백화점·식당 매출 쑥 늘고
병원 환자 2년새 36% 늘어

한국전쟁 때인 1950년 11월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유엔(UN)군은 중국군에 밀려 퇴각했다. 1950년 12월 미국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7600t)는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피란민 1만4000여명을 태워 부산항에 사흘 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부산항이 피란민들로 가득 찼다며 입항을 거부하자 경남 거제 장승포에 피란민을 내려놓았다. 부산~거제 항로가 열린 것이다.

이후 부산~거제 항로에 여객선이 등장했다. 초기 여객선은 속도가 15노트(시속 28㎞) 미만이었다. 승객들은 선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거나 뱃머리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겼다. 70년대에 15~20노트(시속 37㎞)의 고속선에 이어, 80~90년대에 20~35노트(시속 65㎞)의 쾌속선과 35노트 이상의 초쾌속선이 등장하면서 선실 바닥과 뱃머리의 낭만은 사라졌다. 대신에 부산~거제 옥포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여분에서 50여분으로 줄었다.

부산~거제 항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승객이 연간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절정을 이루다가, 육상 교통의 발달로 점차 쇠락했다. 2011년 1월 민자사업으로 지은 거가대교가 유료 개통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경남 거제시 장승포·옥포·고현항을 오가는 여객선 6척을 운항하던 4개 선사가 그해 6~7월 폐업하면서, 부산~거제 항로는 60여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끊겼다.

■ 20여분 만에 주파 거가대교 개통 2년5개월째인 지난달 17일 석탄일을 맞아 승용차를 몰고서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거가대교로 진입했다. 제한속도인 시속 80㎞ 이하를 지키며 편도 2차로를 따라 5분쯤 달리니 부산의 육지 남쪽 끝인 가덕도 서쪽에 휴게소가 나왔다. 국내 처음으로 바닷속에 만든 3.7㎞ 길이의 ‘침매터널’과 두 개의 섬 대죽도·저도를 지나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도착했다. 녹산공단부터 승용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장목면까지 20~30분이면 닿는다.

부산과 거제를 오가는 시민들은 여객선을 이용할 때보다 통행시간이 2~3배가량 빨라진 것을 반기면서도 통행료를 부담스러워했다. 정아무개(46)씨는 “부산 감천동에서 직장인 거제 옥포까지 승용차로 40여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길이 8.2㎞인 거가대교를 이용할 때마다 1만원씩을 내야 하니 너무나 비싸다”고 말했다.

차량 통행량은 거가대교 조성 이전에 예측했던 것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유료 개통 첫해인 2011년엔 계획 통행량 3만335대의 70.1%인 2만1281대, 지난해엔 예상 통행량 3만2071대의 64.8%인 2만798대에 그쳤다.

대우건설 등 8개사는 국비와 시·도비 6668억원에 민간투자비 1조4113억원까지 2조781억원을 들여 6년 만에 거가대교를 완공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지난 2월, 대우건설 등이 설립한 운영업체 지케이해상도로㈜ 쪽에 2011년치 손실 보전금으로 232억원씩 모두 464억원을 줬다. 계획 통행량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분을 주기로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저녁 대형극장과 먹을거리가 많은 부산 중구 남포동 거리에는 연인들과 나들이를 나온 가족 등이 몰려 이동이 불편할 정도로 북적였다. 이곳 상인들은 “거가대교가 개통한 뒤 유동인구가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저녁 대형극장과 먹을거리가 많은 부산 중구 남포동 거리에는 연인들과 나들이를 나온 가족 등이 몰려 이동이 불편할 정도로 북적였다. 이곳 상인들은 “거가대교가 개통한 뒤 유동인구가 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반짝 특수로 우울한 거제도 거제 앞바다 섬들을 오가는 유람선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장승포항과 구조라항 등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빼곡했다. 구조라항에서 만난 관광버스 운전사 정아무개(34)씨는 “서울에서 경부 고속열차(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거가대교를 거쳐 거제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해안가에 몰린 펜션 업체들은 거가대교 개통 뒤 손님들로 넘쳐난다. 일운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해안가와 가까운 펜션은 주말과 연휴엔 여름 성수기가 아닌데도 두세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빈 방이 없다”고 말했다. 거제시에 등록한 펜션은 거가대교 개통 전인 2010년 12월 487곳이었으나 현재는 598곳으로 2년5개월 만에 111곳(22.7%) 늘었다.

이와 달리 모텔과 여인숙은 주말에 빈방이 남아돈다. 진선도 거제시 숙박업지부장은 “거가대교가 생긴 뒤 거제를 찾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부산에서 거제로 왔다가 점심이나 저녁을 식당에서 사먹고 당일 돌아간다. 1박을 하는 가족은 펜션만 찾는다”고 말했다.

거가대교가 끝나는 장목면과 가까운 옥포시장의 상인들은 거가대교 개통 뒤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을 찾던 고객들이 거가대교를 타고 부산으로 원정 쇼핑을 간다는 것이다. 원일식 옥포시장 상인협의회 대표는 “옥포시장 75개 점포 가운데 10여곳이 점포를 내놨다. 근처에 롯데마트까지 들어설 예정이어서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조치근(65) 장승포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거제 시민들은 편의시설이 많은 부산으로 쉽게 갈 수 있어서 좋아들 한다. 개통 첫해엔 지역경제가 반짝 살아났으나 지금은 펜션이나 식당 일부를 뺀 대다수 업종이 개통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거제시는 관광객들이 머무는 체류형 관광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웃는 부산 거가대교 개통 이후 평일에도 거제·통영 시민들이 부산에서 쇼핑하고 문화를 즐기려고 거가대교를 이용한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 다양한 문화와 소비시장을 갖춘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는 이른바 ‘빨대효과’다.

롯데백화점이 거가대교 개통 2돌을 맞아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곳의 롯데카드 이용 실적을 분석했더니, 지난해 1~11월 거제·통영 고객이 거가대교 개통 전인 2010년 1~11월에 견줘 4만2000여명이나 늘었다. 개통 2년 만에 고객이 갑절가량 증가한 것이다. 두 지역 고객이 쓴 금액도 2년 만에 150억원(129%)이나 늘었다.

극장·식당이 몰려 있는 중구 남포·광복동과 자갈치시장도 거가대교 개통 뒤 유동인구가 부쩍 늘었다. 거제 삼성·대우조선소와 하청업체 직원들이 회식하러 오기도 한다.

거제·통영에서 부산지역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부산대병원을 새로 찾은 거제·통영의 주민들은 2010년 1511명에서 지난해 2610명으로 1099명(72.7%) 늘었다. 연인원도 2010년 1만5210명에서 지난해 2만675명으로 5465명(35.9%)이 증가했다.

반면 뱃길이 끊긴 부산항 연안여객선터미널 대합실은 제주행 여객선을 기다리는 승객 일부만 보일 뿐이다. 여성 안내원은 “거가대교 개통 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합실에 항상 손님들로 북적였다”며 말했다.

거가대교 개통 전까지 부산~거제 항로에 6척을 운항했던 4개 선사는 폐업하고 배를 매각했거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김아무개(50) 전 선장은 “선박에 물을 대주는 급수선에서 일하며 월 200만원도 못 받는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은 실직 상태이고, 젊은 선원들은 조선소 하청업체에 취업했다”고 전했다.

부산 거제/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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