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관현악전공 등 폐지
청주대 “회화과 없앨 예정”
대전 사립대 독문·철학과 전무
학생들 단식농성 등 `‘충격’
“소통없이 일방 추진 문제”
청주대 “회화과 없앨 예정”
대전 사립대 독문·철학과 전무
학생들 단식농성 등 `‘충격’
“소통없이 일방 추진 문제”
지역 대학들이 취업률이나 입시 경쟁률에서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은 인문·예술 계열 학과들을 구조조정의 표적으로 삼으면서 학교 안팎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대전 배재대는 지난달 15일 학제 개편을 위한 대학평의원회를 열어, 2014학년도부터 음악학부의 클래식음악 전공 가운데 관현악·성악·뮤지컬을 폐지하고 피아노 전공만을 두기로 했다. 음악학부 안에서 클래식음악(30명)과 실용음악(21명) 전공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내년부터는 피아노과(30명)와 실용음악과(30명)로 분리시키면서 실용음악 쪽은 입학 정원을 되레 9명 늘렸다.
3일 음악학부 학생들이 자체 조사한 것을 보면, 클래식음악 전공학부(과)가 있는 전국 4년제 대학교 74곳 가운데 배재대와 전남 순천대만 내년부터 관현악·성악 없이 피아노 전공만 두게 된다. 지난달 교수·학생들은 “관현악과 피아노, 성악 전공 학생들이 협주 연습을 하지 못하면 결국 음악 교육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한목소리로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현악 전공 일부 학생들은 대학 쪽의 일방적인 전공 폐지에 반발해 일주일간 음악학부 건물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학생들은 자퇴를 원하는 신입생들의 등록금 환불, 재학생들의 등록금 50% 감면 등을 대학 쪽에 요청한 상태다. 이 대학에서는 국어국문학과와 한국어학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국문과 학생들이 학교본부 앞에서 밤샘농성을 했다.
충북 청주대 회화학과도 폐과 통보 예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 안팎이 시끄럽다. 지난달 21일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학생들은 수업·축제 등을 거부하면서 집회·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성명을 내어 “1987년 창과 이래 1천여명의 예술가와 예비 예술가를 키워낸 충북 현대미술학도들의 산실을 취업률이란 잣대로 폐과하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 학과 졸업생인 개그맨 임혁필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피카소가 취업했습니까. 고흐가 취업했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갑의 횡포가 아닌가 싶네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충북문화예술포럼도 지난달 30일 “회화학과 폐과는 예술에 대한 탄압이며 학문에 대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박찬곤 청주대 기획처장은 “폐과 통보를 예정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검토하고 있으며 4일 모든 것을 결정한다. 다만 취업률만을 기준으로 폐과 대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타 대학의 같은 과와 대외 경쟁력, 교육 수요도, 입시 경쟁률, 중도 탈락률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청주대뿐 아니라 충북지역 대학들도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다. 충북보건과학대는 산업경영과, 인테리어과, 인터넷쇼핑몰마케팅과, 뷰티코스메틱과, 자동차과(야간), 금융보험부동산과(야간) 등을 없애기로 했다. 충청대는 디지털마케팅과를 없애고 국방전자통신과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서원대는 한국어문학과·영어영문학과·중어중문학과·정치학과·의류학과 등의 정원을 10명씩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특정 전공학과가 지역에서 아예 사라지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전 한남대는 지난달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를 폐지한 뒤 새 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목원대 또한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내년부터 중단할 방침이다. 배재대 독일어문화학과도 내년부터는 항공운항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문을 닫는다. 이로써 대전지역 사립대학 가운데 독어독문학과·철학과를 둔 곳은 한곳도 없게 됐다.
정해성 서원대 교수회장은 “대학의 구조조정에 취업률·입학률 등 시장논리를 들이대고,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문제다. 대학 구조조정은 목적, 효과 검증·평가, 미래 비전 등 세 원칙 아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진식 오윤주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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