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산기금 의장 밭담 둘러봐
“독특하고 세계적” ‘등재 파란불’
“독특하고 세계적” ‘등재 파란불’
*FAO : 유엔 식량농업기구
‘제주밭담’은 하나하나 제주 사람들의 땀으로 빚어졌다. 800여년 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밭담은 경계에 따라 만들어졌다가 헤쳐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밭담은 제주 사람들의 생활이 녹아들어 ‘돌의 섬’ 제주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제주의 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농업유산기금의 파르비즈 쿠하프칸 의장과 메리 제인 델라크루스 사무국 기술담당은 3~4일 제주를 방문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제주밭담 등을 둘러보고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제주도 등의 초청으로 방문한 쿠하프칸 의장 등은 이틀 동안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가의 밭담과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옷을 갈아입었던 불턱, 방사탑 등을 둘러보고, 대표적인 밭담인 구좌읍 하도리 밭담 등을 답사했다. 이들은 또 제주돌문화공원과 세계자연유산센터 등 제주의 돌과 관련된 현장을 답사했다.
쿠하프칸 의장은 “바다와 땅, 경작지의 경치가 삼위일체가 돼 제주도의 유산은 대단히 환상적이다. 제주의 자원들이 과거만이 아니라 미래를 구축하는 데 훌륭하게 작동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정부가 올해 초 식량농업기구에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등재 가능성을 밝게 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농업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생계수단 확보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의 기능 △주민들의 전통적 지식 △문화 △경관 등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쿠하프칸 의장은 “이들은 통합적인 개념”이라며 “답사한 일부 지역은 세계농업유산으로서의 등재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앞으로 이러한 훌륭한 유산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존할지를 담은 실행계획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주밭담은 독특하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업유산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발전연구원은 지난달 27~1일 일본 가나자와시에서 식량농업기구 주최로 열린 국제포럼에 참가해 제주밭담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박사는 “제주밭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 타이틀에다 세계적인 농업유산을 소유한 지역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동안 하찮게 여겼던 돌담이 세계적인 유산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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