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군 밀실 승인”
군 “지목이 대지라 못막아”
군 “지목이 대지라 못막아”
17일 오전 10시 장맛비 설거지에 바쁜 농민 300여명이 충북 괴산군 사리면 이곡리에 모였다. 농민들은 삽·괭이 같은 농기구 대신 북·징·장구와 확성기 등을 들었다. 주변에는 ‘주민 무시하는 건설폐기물장 즉각 중단하라’, ‘주민의 명령이다 건설폐기물장 중단하라’ 등 붉은 글씨의 펼침막이 나부꼈다.
이곳은 좋은 흙과 물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도자기를 빚던 ‘괴산도요’가 있던 곳이다.
농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한 업체가 이곳에 4685㎡ 크기의 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지난 4월25일 군에 건설폐기물처리장 사업 계획 승인을 받고 폐기물처리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폐기물처리장은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폐콘크리트와 도로 재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아스콘 등을 부순 뒤 재처리하는 시설이다.
이상덕 폐기물 설치반대 주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곳은 괴산의 관문이자 남한강 상류지역이다. 폐기물 시설이 들어서면 분진·소음 등으로 지하수와 하천, 땅 등은 오염될 것이다.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 뒤 괴산군청을 찾아가 같은 주장을 했다. 이 위원장은 “군이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주민들에게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다. 밀실행정이다”라고 꼬집었다.
군 지역개발실 관계자는 “숨기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지목(땅 종류)이 ‘대지’여서 법률상 문제가 없으면 제재할 수 없을 뿐이다. 업체가 허가신청을 해오면 분진·소음 부분 등을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