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초교 42%가 남학생부터
“아빠, 나는 왜 출석번호가 늘 35번, 아니면 40번이야? 남자아이들은 항상 출석번호가 빠르고 여자는 뒤에 있는 이유가 무엇이에요?”
김명호 경북도의원(새누리당·안동2)은 10년 전,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당시 안동서부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이던 김 의원은 “여자 어린이들 마음에 더는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학교장을 설득해 출석부의 남녀 구분 관행을 없앴다.
이 일이 널리 알려지면서 당시 여성부도 적극 나서 전국 초등학교의 출석부 남녀 구분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하지만 정작 출석부 남녀 구분 폐지가 시작된 경북에서는 아직도 옛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김 의원이 경북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북지역 전체 초등학교 477곳 가운데 42%인 200곳에서 여전히 남학생을 출석부의 앞 순서에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정도가 심한 곳은 고령(88%), 구미(80%), 칠곡(66%), 포항(63%), 경산(56%), 김천(54%)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안동(3%)과 의성(5%)에서는 거의 사라졌으며, 영덕, 영양, 봉화, 청송, 울릉에서는 남학생을 우선 기재하는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남녀 순서를 없앤 학교는 학생들 성씨의 가나다 순서나 생년월일 순서로 출석번호를 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여자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사소한 일로 성차별을 느낄 수 있고, 남자 어린이들은 우월감을 가질 수도 있다. 양성평등 의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는 물론 남녀 공학을 하는 중·고교에서도 출석부의 남녀 선후 구분을 폐지해 달라”고 경북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이경희 경북도교육청 교육과정과장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성적 등 각종 통계를 비교 처리할 때 가나다 순서나 생년월일 순으로 출석부를 매기면 남녀가 섞여 불편하다는 교사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성차별 해소 차원에서 출석부의 남녀 구분을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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