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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전국 26곳 60년만에 ‘돌려받은 우리땅’
가난한 지자체 ‘상업개발 유혹’에 빠지나

등록 2013-07-07 20:49수정 2013-07-08 09:56

강원도 춘천시 옛 주한미군 기지 캠프 페이지가 62년 만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 지난달 8일 시민들이 부대 안 유채꽃밭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춘천/뉴스1
강원도 춘천시 옛 주한미군 기지 캠프 페이지가 62년 만에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 지난달 8일 시민들이 부대 안 유채꽃밭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춘천/뉴스1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반환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즈 터 곳곳이 파헤쳐진 채 방치돼 있다. 파주시는 이화여대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양해각서를 맺었으나, 땅값을 놓고 이화여대와 국방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업이 무산됐다. 경기도 파주시 제공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반환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즈 터 곳곳이 파헤쳐진 채 방치돼 있다. 파주시는 이화여대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양해각서를 맺었으나, 땅값을 놓고 이화여대와 국방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업이 무산됐다. 경기도 파주시 제공
닭갈비 거리로 이름난 강원도 춘천시 명동에서 춘천역 쪽으로 10분쯤 걸으면 67만3000㎡(20여만평) 푸른 초원이 펼쳐진다. 수박·참외가 익어가고, 메밀밭·귀리밭이 바람에 넘실댄다. 군데군데 원두막에선 삼삼오오 짝을 이룬 시민들이 더위를 식힌다. 지난달 8일부터 개방된 주한미군 기지 캠프 페이지다. 8년 전까진 눈을 가릴 만큼 모자를 눌러쓴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드높은 담장이 접근을 막던 곳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서울 여의도공원(22만9539㎡)보다 3배나 넓은 이곳도 3년 뒤엔 반쪽만 남을 공산이 커졌다. 춘천시가 땅 매입비 마련을 위해 54%에 상업시설을 들일 계획을 세운 탓이다.

60여년 만에 반환된 미군 기지를 공공용도로 활용할지, 상업용도로 개발할지,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돌아온 미군 기지 땅, 활용은? 캠프 페이지처럼 정부가 주한미군에게 제공했다 돌려받게 된 ‘반환 공여구역’은 전국 26곳에 분포하고 있다. 주요 미군 기지를 경기도 평택시로 옮기는 주한미군 이전 계획을 추진하면서 반환된 땅들이다. 시 면적의 42%가 미군에게 제공된 동두천시 등 주로 경기도 북부에 몰려 있다.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제정됐다. 2008~17년 10조4924억원(국비 2조2449억원 포함) 규모의 발전종합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뼈대다. 정부는 반환 공여구역 땅 매입비(60~70%), 주변지역 도로사업비(50%)를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원·산업단지·교육연구단지·행정타운 등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오롯이 자치단체에 맡겨져 있다.

자치단체들은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금단의 땅’을 지역 발전의 디딤돌로 바꿀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도심 금싸라기가 돼 있는 미군 기지 땅을 국가(국방부)로부터 사들일 예산을 마련하는 것부터 버겁다.

반환 주한미군 기지 21곳이 몰려 있는 경기도에는 개발 열풍이 불었지만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자치단체들은 대학 캠퍼스 7곳과 도시개발사업 4곳, 광역행정타운 2곳, 공원·도로·산업단지 조성 등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지방 재정이 열악한 터에, 높은 땅값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쳐 대학 유치를 추진한 미군 기지 터 7곳 가운데 6곳이 무산됐거나 불확실해진 상태다.

미군 기지 6곳이 반환된 파주시는 캠프 하우즈에 공원과 아파트 3600가구를 짓는 도시개발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캠프 그리브스에는 안보체험시설을 조성해 오는 27일 정전 60돌에 부분 개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학 유치를 추진했던 캠프 에드워즈(이화여대)와 캠프 스탠턴(국민대), 캠프 자이언트(서강대) 등은 유치 계획이 무산됐고, 캠프 게리오언의 도시개발사업도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다음달 초 기업들을 상대로 반환 기지 4곳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열어 기업의 제안을 받는 ‘민간 자유제안 공모’를 할 참이다. 전재식 파주시 공여지개발팀장은 “기존에 추진해온 용도를 무시하고, 기업 쪽 제안을 받아 백지상태에서 개발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업용지 개발의 유혹
반환터 매입도 버거운 지자체들
일부 상업시설 들여 예산 마련


시민의 품에 안기다
부산·원주·인천, 공원 만들기로
동두천, 지난달 수변공원 문열어


“공공용도 활용땐 국비지원을”
경기도내 7개 자치단체장들 요구
용산엔 정부가 사업비 전액 지원

반환 미군기지 현황 및 활용계획
반환 미군기지 현황 및 활용계획

반환 미군기지 현황 및 활용계획
반환 미군기지 현황 및 활용계획

■ “공공용지로 시민 품에” 반환된 미군 기지 땅을 상업개발에 내놓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정부가 반환 기지를 판 돈으로 미군 재배치 비용을 충당하려 하면서 땅값을 비싸게 책정했고, 터를 매입하는 자치단체는 예산 부담 때문에 공원 등 공공시설을 짓기보다 산업단지 유치 같은 수익사업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는 것이다.

반환 부지에 상업시설을 유치하려는 자치단체 쪽은 일부를 개발해 그 수익금으로 시민들을 위해 쓰겠다는 논리를 편다.

지역에선 상업용 개발을 우려하면서 공공용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반세기 남짓 만에 주민 품으로 돌아온 미군 기지를 기업들 입맛에 맞춰 개발하려는 계획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용도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아온 미군 기지를 공원 등 공공용지로 활용해 시민들의 환영을 받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부산시와 강원도 원주시, 인천시 부평구는 미군 기지를 모두 시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동두천시도 캠프 님블 일부를 24억원에 매입해 지난달 시민들에게 수변공원을 열었다.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반환 기지 반쪽에 아파트나 상가를 짓는 상업 개발에 치우치면 기업 쪽 이익을 우선하게 되고 시민들이 바라는 공익은 뒷전에 밀리기 십상이다. 적어도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은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처럼 정부 지원 확대해야 반세기 남짓 미국 공군의 폭격장으로 쓰이다 2005년 8월 폐쇄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사격장 주변 주민들은 폭격장을 평화공원으로 만들 계획에 들떴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벽에 부닥쳤다. 정부의 발전종합계획대로 개발하면 사업비 2018억원 가운데 약 80%인 1594억원을 화성시가 내야 하기 때문이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폭격장 때문에 매향리 주민들은 50여년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는 정부가 전액 토지 매입비를 대주면서, 화성시더러는 돈 내고 땅을 사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지역 차별적이고 형평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결국 화성시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폭격장 땅을 공원용지로 바꾸는 도시기본계획 변경안을 경기도에 냈고 지난해 11월 통과됐다. 의정부시도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안보평화공원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용산형’ 계획을 세워 국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반환된 용산 미군기지를 매각하지 않고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1조5000억원의 사업비 전액을 지원한다.

미군 기지를 돌려받게 된 경기도 의정부·동두천·연천·포천·양주·화성·평택 등 7곳 자치단체장들은 ‘경기도 미군 공여구역 자치단체장 협의회’까지 꾸려 서울 용산처럼 공공용도로 활용할 때는 국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진수 경기도 균형발전과장은 “재정이 열악한 경기 북부지역 지자체들이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어 사업이 답보 상태다. 공여구역 특별법을 개정해 지자체들이 맞춤형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전국종합 psh@hani.co.kr


부산의 반환 주한미군 기지 캠프 하야리아 터에 들어설 부산시민공원에다 나무를 기증하려는 시민들이 지난 4월 숲길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반환 주한미군 기지 캠프 하야리아 터에 들어설 부산시민공원에다 나무를 기증하려는 시민들이 지난 4월 숲길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 시민들 품는 ‘힐링공원’ 된다

100년간 일·미 점유했던 53만㎡ 땅
숲·놀이시설 등 조성 내년초 개방

부산 부산진구 양정·범전동 일대에 53만㎡ 규모의 부산시민공원이 내년 초 문을 연다. 캠프 하야리아라는 이름의 주한미군 부산사령부가 자리잡은 지 60여년 만이다. 일제강점기에 경마장과 일본 군수품 보급기지 등으로 쓰였고, 해방 뒤 국제연합(유엔) 기구가 머무르는 등 100년 남짓 일본과 미국이 점유해 왔다.

부산시는 올해 연말까지 6679억원을 들여 93종 50만3000그루의 나무를 심고, 휴식·놀이시설과 폭포, 음악분수 등을 설치해 시민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시민 4571명도 ‘부산시민공원 헌수운동’을 벌여 지난달까지 12억7000만원어치의 나무 5만8000그루를 기증하는 등 힘을 보탰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100여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땅을 개발해서 수익을 얻기보다는 부산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도심 허파 구실을 하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후손들이 오랫동안 즐겨 찾고 자랑스러워할 아름다운 도심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부평구 캠프 마켓 터를 시민들이 누릴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44만㎡ 가운데 71%는 공원으로, 나머지 29%는 문화체육시설·공공청사 등으로 활용하는 계획이다.

강원도 원주시도 옛 미군 기지 캠프 롱을 사들여 문화·체육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34만4332㎡의 터에 숲과 체육시설, 놀이공간 등을 갖춰 시민 품으로 돌려줄 참이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655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걱정이지만 국비 확보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기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분단의 아픔 등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인 만큼 되도록 자연자원을 살려서 후세에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인천 원주/김광수 김영환 박수혁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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