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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없고 역사에 직원 없어…사고 나면 어쩌나”

등록 2013-07-07 22:02수정 2013-07-07 23:43

대구 수성구 범어동 어린이회관 근처에서 바라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현장.
대구 수성구 범어동 어린이회관 근처에서 바라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현장.
[영남 쏙] 대구도시철도 3호선 안전 논란
국내 첫 모노레일 방식 무인시스템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오는 10월 시운전에 들어간다. 대구시는 ‘대구의 명물’이 될 거라고 하는데, 시민들은 10년 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내년부터 마을에 도시철도 3호선이 들어와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진다니 반갑네요. 그런데 전동차를 모는 기관사도 없고, 역사에도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사고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앞섭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대구 외곽에 사는 천진경(43·주부·북구 동천동)씨의 말처럼, 현재 공사가 75%쯤 진행된 대구도시철도 3호선을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10년 전, 192명이 숨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무인시스템으로 운행될 도시철도 3호선에서 불이라도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대구시는 “안전하다, 걱정하지 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업비 1조4500억원을 들여 2009년 6월 첫 삽을 뜬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는 대구 북구 동호동에서 수성구 범물동까지 23.95㎞ 구간에 높이 10m인 다릿발을 30m 간격으로 모두 692개 세웠다. 지난달 5일엔 다릿발 위로 길이 30m, 무게 85t 콘크리트빔을 올리는 공사를 끝냈다. 남정호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건설부장은 5일 “건설공사는 대략 마무리됐다. 이미 전동차 6대를 들여왔으며, 다릿발 위 콘크리트빔에다 전동차가 달릴 수 있도록 전선을 까는 공사를 마치면 오는 10월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술시운전 8개월, 영업시운전 2개월을 거쳐 내년 하반기 정식 개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 75% 진행
동호동~범물동 23.95㎞
10월 시운전…내년 하반기 개통
국내 첫 모노레일 방식
지상 10m 공중에서 달려

비상탈출 모의실험
30명 내려오는 데 6분
탑승객 200명 넘을텐데
“사실상 큰 효과 없다”
강 위 등 탈출불가능 지역도

10년전 참사 트라우마
시민들 “대비책 없다” 술렁
시 “기관사 없지만 안전요원 탑승
주요역엔 직원 5~6명 있고
역마다 1명씩 배치 검토”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계획은 2006년 10월부터 추진됐다. 대구시는 지하철 1·2호선 공사로 빚이 3조원으로 불어나자, 건설비와 운영비가 적게 드는 모노레일 방식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모노레일은 다릿발을 세우고 그 위에 콘크리트로 만든 궤도빔을 깐 뒤 고무바퀴를 단 전동차를 운행하는 방식이다. 애초에는 안내궤도식(AGT) 경전철을 도입해 2019년 완공하려 했다가, 돈을 적게 들이면서 공사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며 모노레일로 바꿨다.

도시철도(지하철·지상철)는 무게와 탑승 인원을 기준으로 중전철과 경전철로 나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대구·부산·대전·광주에서 운행되는 지하철은 중전철이며, 경전철은 부산 지하철 4호선, 경남 김해~부산, 경기도 의정부 등의 안내궤도식, 경기 용인의 림방식, 대구도시철도 3호선에 도입한 모노레일 등이 해당한다. 대구시 쪽은 “모노레일로 달리는 도시철도 3호선은 친환경적이며, 모든 역사에 에스컬레이터와 승강기, 안전문(스크린도어) 등이 설치돼 있어 편리하다. 모노레일은 외국 45개 도시에서 운행하고 있으며 안전하다.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인 운행을 염려하며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구 시민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장인 권기일 시의원(새누리당·동구2)은 “시민들이 안전 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계획단계에서 안내궤도식 경전철을 포기하고 모노레일을 선택했을 때 안전보다는 도시 미관에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시운전에 들어가기 전에 시의회 차원에서 안전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홍원화 경북대 교수(토목공학)는 지상 10m 위를 달리게 될 도시철도 3호선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 20대 남녀 30명을 동원해 비상탈출 실험을 했다. 전동차마다 설치된 비상탈출 장비인 ‘스파이럴 슈트’를 내리는 데 73초, 승객 1명이 지상으로 탈출하는 데 9.37초가 걸려 30명이 모두 지상 10m 높이에서 땅 위로 내려오는 데 6분이 걸렸다. 승객 가운데 노약자들이 다수이고 탑승객이 200명을 넘을 때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비상탈출에 6분이 소요될 경우 효과가 거의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홍 교수는 “3호선 노선 가운데 무인전동차가 금호강과 신천, 고속도로 위로 지나가는 곳에서 사고가 나면 지상 탈출은 불가능해진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모노레일을 운행한 경험이 없어 전동차에 불이 나거나 갑자기 멈추는 등 긴급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 크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도 일찌감치 대책위원회를 꾸려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대구시에 안전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해왔다. 강북주민모임, 대구참여연대 등 주민·시민단체들과 대구지하철노조 등은 “도시철도 3호선이 전동차 기관사가 없이 무인으로 운행되고 역사에도 직원이 한명도 없다. 사고 나면 어떤 대책이 있느냐”며 대구시를 압박하고 있다.

조명래 강북주민모임 대표는 “출퇴근 시간대엔 한꺼번에 많은 시민들이 3호선을 타고 내리게 된다. 무인시스템으로 운행하는 3호선에서 어떤 방법으로 사고에 대비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직원들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운전에 들어가면 각계각층 시민들이 참여하는 안전위원회를 꾸리는 방안을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쪽은 “외국에서도 무인으로 운행되는 모노레일은 거의 사고가 없다. 세계적 추세이다. 일본 오사카는 1990년부터 운행했지만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지금은 기술이 더욱 발전해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구 3호선은 전동차 안에 기관사는 없지만 안전요원이 1명씩 탑승하도록 해 사고에 대처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용모 대구도시철도 건설본부장은 “승객이 많이 타고 내리는 주요 역에는 직원을 5~6명 배치한다. 시민들이 불안해한다면 역마다 직원을 1명씩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전동차 화재, 정전, 충돌에는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시운전을 하면서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안전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무인 모노레일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을 달릴 일본ㅎ사의 전동차 모습. 객차는 폭 2.9m, 길이 15m, 높이 5.24m이다. 3대로 이뤄진 1편성의 정원은 265명이며, 398명까지 탈 수 있다. 대구시 제공
무인 모노레일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을 달릴 일본ㅎ사의 전동차 모습. 객차는 폭 2.9m, 길이 15m, 높이 5.24m이다. 3대로 이뤄진 1편성의 정원은 265명이며, 398명까지 탈 수 있다. 대구시 제공

전동차량 84대 2520억어치…일 ㅎ사 특혜의혹 일파만파

감사원 “특정업체에 특혜”
대구시 “조달청 통해 입찰
감사결과 납득 못해”
내년 지방선거 쟁점 될듯

대구도시철도 3호선에서 운행할 전동차의 구매를 두고 벌써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제기된 의혹이어서 지역사회에 끼치는 파장이 만만찮다.

감사원은 최근 공개한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감사 결과에서 “대구시가 3호선 전동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5일 감사원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구시는 2007년 12월 모노레일 전동차를 사들이면서 ‘전압 1500볼트, 궤도빔 폭 850㎜’ 등 일본 ㅎ사에 유리하도록 전동차 규격을 제한해 입찰공고를 냈다. 이 공고에 따라 ㅎ사가 단독입찰하면서 유찰되자, 조달청이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규격서를 재검토하라”고 요청했다. 모노레일 전동차 제작사는 일본 ㅎ사 말고도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구시는 조달청의 요청을 묵살하고 ㅎ사의 전동차를 사들였다. 대구시는 모노레일 전동차 84대를 대당 30억원에 구입하기로 계약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 건설본부는 “전동차 구매는 조달청을 통해 국제입찰을 했으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매 공고 전 열흘 동안 규격을 공개했다. 차량 제작 규격서는 모든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안용모 도시철도 건설본부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과 대구시의회는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고 책임자들을 문책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성명을 내어 “도시철도 3호선 건설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희갑(76) 전 대구시장은 최근 지역언론인들과의 모임에서 “모노레일은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데 효율이 떨어진다. 3호선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안전 불안과 전동차 구매 의혹이 확산되자,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김범일 대구시장의 3선 도전과 맞물리며 정치쟁점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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