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 한산면 소매물도 전경. 임야 사이 좁은 골짜기에 형성된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들과 펜션업을 하는 외지인들이 다투고 있다. 경남도 제공
[영남 쏙] 통영의 자랑 ‘소매물도’ 관광개발 갈등
소매물도의 도로를 막은 쓰레기 더미. 원주민들과 외지인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처럼 쓰레기로 길을 막아 통행에 지장을 주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이석재씨 제공
관광단지로 개발하려다가
“조상땅 못판다” 일부 원주민과 갈등 경매서 임야 절반 원주민 손으로
식수·전기·도로 이용 등 문제
펜션운영 이주민과 갈등 증폭
최근 3년 고소·고발·민원 100여건
통영시 중재도 무산…해결 ‘미궁’ 하지만 2010년 12월27일 경매는 예상 못한 결과를 낳았다. 김씨가 주민 3명과 공동으로 경매에 참여해 전체 임야의 절반가량인 22만6882㎡를 10억5500만원에 낙찰받은 것이다. 결국 섬 전체 임야의 소유권은 김씨 등 주민 4명이 소유한 한산면 매죽리 산64-1번지와 ㈜남해레데코가 소유한 23만182㎡의 산63-1번지로 두 동강 났다. 주민들은 둘로 나뉜 임야 사이 좁다란 골짜기에 마을을 이뤄 산다. 김씨 등이 경매에서 땅을 사들이자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뭍에 나가 살다 2008년 귀향한 이석재(35)씨가 2011년 1월1일 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소매물도에 주민등록한 주민은 28가구 58명인데, 학교나 직장 때문에 뭍에 나간 사람이 많아 실제 거주자는 14가구 34명이다. 원주민 9가구 19명, 펜션을 운영하는 이주민 5가구 15명이다. ■ 사소한 다툼도 고소로 원주민들은 빗물을 물탱크 2개에 모아두고 지하수도 퍼올려 식수를 충당해왔다. 펜션이 들어서 식수 사용량은 급격히 늘었고 물탱크가 자주 바닥을 드러냈다. 화가 난 원주민이 물탱크 밸브를 부수자 펜션 쪽이 그를 고소했다. 주민들이 쓰는 전력은 발전기로 생산하는데, 차 대표가 운영하는 펜션의 직원이 관리한다. 직원이 발전기 기름을 쏟아 바다를 오염시키자, 원주민 쪽이 해경에 신고했다. 차 대표의 펜션이 ‘전기를 훔쳐 쓰고 있다’며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200여만원의 벌금을 물었던 펜션 쪽은 ‘무허가 영업을 한다’며 마을 해녀들을 고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차 대표 쪽 식당이 폭 1m, 길이 5m 남의 땅을 침범한 사실이 드러나자 주민 쪽이 고소했고, 그 식당 앞에 주민 쪽이 담장을 쌓자 차 대표 쪽이 고소했다. 도로에 말뚝을 박아 가로막으면, 굴착기나 쓰레기 등으로 길을 막아 맞섰다. 2년 남짓 주고받기식으로 맞서면서 사소한 마찰까지도 고소·고발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화해 시도가 없지 않았다. 통영시가 몇 차례 중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말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따로 마을회의를 열어 각각 이장을 선출했다. 우지연 한산면장은 지난 2월 5명씩을 면사무소로 불러 “과거 잘못은 모두 내려놓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서로를 이해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공식적으로 소매물도의 이장은 공석이다. 차영복 대표는 지난달 21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한겨레>와 만나 “법원에 불려다니는 것도 이제 지쳤다. 합의하고 싶다. 재판 끝나면 다 팔고 섬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어촌계장과 이장이 공개적으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재 이장은 “차 대표가 소매물도를 자신의 왕국처럼 여기고 원주민들을 무시한 데서 비롯된 싸움이다. 이것부터 반성하고 주민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어촌계장은 “내 땅을 주민에게 나눠줘서라도 끝까지 우리 섬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소매물도 주민들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반목과 불신의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원주민은 원주민대로, 외지인은 외지인대로 관광객들하고만 대화할 뿐 서로는 말을 건네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관광객들에겐 ‘빛과 바람의 섬’인 소매물도가 주민에겐 ‘침묵의 섬’이다. 우지연 한산면장은 “지난 2월 양쪽에 마을규약 만들기를 제안했다. 마을총회 등을 열어 의견을 조정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서로 화해할 길을 찾기를 바란다. 행정도 중재에 힘써보겠다”고 말했다. 통영/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