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전북 완주 두레농장을 찾은 서울 노원구 월계사슴2단지 주민들이 공동생산시설을 이용해 농촌 노인과 귀농인이 함께 친환경 농사를 짓고 식당까지 운영하는 두레농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서울 아파트 주민들, 농촌 공동체사업 현장서 희망찾기
공공임대 월계 사슴2단지 주민들
완주 농촌 공동체사업 마을 찾아
친환경 식당 등 운영비법 경청
“서울에도 다함께 돕고 일하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꾸리겠다”
공공임대 월계 사슴2단지 주민들
완주 농촌 공동체사업 마을 찾아
친환경 식당 등 운영비법 경청
“서울에도 다함께 돕고 일하는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꾸리겠다”
“처음엔 다른 얘기 안 하고, 전시회를 열었어요. 어머니들이 요리한 음식에 이름을 붙이고 어머니들 옛날 사진과 함께 전시했지요. ‘내가 평생 해왔던 음식을 가지고 전시회를 했다’는 걸 무척 신기해하셨어요. 내 음식에 누군가 관심을 갖는 상황이 어머니들에게 큰 사건이 된 것이죠. 이게 마을 레스토랑 사업의 출발점이에요.”
지난 18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리 ‘비비정마을’에 모인 서울 노원구 월계사슴2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사단법인 비비정의 소영식 사무국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농촌 마을의 60~70대 어머니들이 한 해 4만명이 다녀가는 ‘농가 친환경 레스토랑’의 주인으로 일어선 얘기였다. 소 국장은 “비비정마을의 마을사업으로 노후 보장과 고용 창출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비비정마을은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모한 신문화공간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 곳이다. 사업 이후 마을 입구엔 마을 부녀회원들이 이끄는 농가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고, 마을 언덕엔 한식 다과와 각종 차를 파는 카페가 생겼다. 공연장과 전망대도 들어섰다. 50여가구 주민들은 스스로 사업을 구상하고 꾸려가는 ‘농촌형 마을사업’의 주인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이날 비비정마을을 둘러본 월계사슴2단지 주민들은 모두 31명이었다. 완주의 두레농장, 로컬푸드직매장 등도 둘러봤다. 다수가 50~60대 여성이었고, 또래의 남성도 셋 있었다. 이들은 희망제작소와 노원구, 에스에이치(SH)공사 등이 함께 벌이고 있는 ‘주민 참여형 행복한 아파트공동체 만들기’의 주인공들이다.([<한겨레> 5월30일치 12면])
이 사업은 주민들 스스로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현장 교육과 공동체 공간 조성 및 ‘마을사업’ 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이날 서울 월계동 주민의 완주 여행은 마을공동체의 앞선 경험을 몸으로 배우는 현장교육의 일환이다. 월계동 주민들은 앞으로 완주군 주민들처럼 작은도서관, 주민사랑방, 마을텃밭 등의 공동체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벼룩시장, 온라인 주민신문, 아파트 축제 등 마을의 ‘공동체 사업’도 벌이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건 아파트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 희망제작소와 노원구 등은 옆에서 도울 뿐이다.
755가구 전부가 공공임대주택인 월계사슴2단지 주민들은 이날 마을사업만 새로 배운 게 아니었다. 생계에 쫓겨 미처 알지 못했던 이웃들을 이날 처음 제대로 만났다. 서울에서 완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이들은 둘씩 짝을 짓고 통성명을 하고, 되돌아가는 버스 안에선 각자 답사지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탈북자 김경미(51·가명)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권유로 이날 답사에 참여했다. 김씨는 “북한에서도 협동농장을 많이 운영한다. 두레농장이 그 협동농장과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월계사슴2단지엔 김씨 말고도 80가구의 북한 이탈 주민이 살고 있다. 김씨는 “요양보호사 일을 해오다 몸이 아파 쉬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에도 이렇게 일할 곳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주민들을 이끌고 답사지를 찾은 임병태(55)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처음 사업 제안을 받았을 땐 일이 많아지고 피곤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둘러보니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사업으로 아파트가 생기있게 변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음주엔 주민 동아리를 만들려 한다. 뜨개질, 요가에 관심 있는 이들이 더러 있다. 10월엔 먹거리 축제를 열어 박원순 서울시장을 모시고 싶다”며 아파트공동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10년 동안 손주를 키우는 일을 해오다 두달 전 ‘해방’됐다는 이은림(64)씨는 “비비정마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 강원도 고향에도 소개하고 싶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며 밝게 웃었다. 농산물 직거래에 관심이 많다는 이애경(50)씨는 “옛날부터 직거래를 하고 싶었다. 농민도 살고 주민들도 친환경 제품을 먹을 수 있다. 아파트에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많으니 서로 도와야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월계사슴2단지와 함께 공동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7단지 주민들은 지난 20일 강원도 원주의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둘러보는 현장답사를 다녀왔다. 홍선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은 “월계사슴2단지와 달리 분양과 임대가 섞인 이른바 ‘소셜믹스’ 아파트다 보니 주요 참여층이 40대 위주다. 젊은 엄마 아빠들 30명 정도가 함께 시작했고 매주 한차례씩 교육을 통해 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완주 탐방을 함께한 에스에이치공사의 정명원 주거복지상담사는 “올해 월계사슴2단지, 강일지구7단지 공동시범사업을 통해 마을 활동가를 육성하고 단지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활기찬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완주/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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