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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취소돼도 책임 안묻는다더니…추진위 주민들 시공사 소송 ‘날벼락’

등록 2013-08-12 21:12수정 2013-08-15 14:39

부산서 재개발 추진하다 취소되자
현대산업개발, 45억 반환청구소송
추진위 녹취록에도 업체 일부승소
연대보증한 주민들 28억 물어줄판
이아무개(70·부산시 남구)씨 등은 지난해 9월 법원에서 날아온 우편물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현대산업개발이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에 빌려준 28억원을 포함해 모두 45억원을 돌려달라”면서 연대보증을 선 13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집에 대한 가압류도 함께 걸었다. 재개발의 꿈이 ‘악몽’으로 뒤바뀐 순간이다.

앞서 이씨 등은 ‘부산 남구 대연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부자의 꿈을 키워갔다. 추진위는 2006년 9월엔 재개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한테 사업경비와 추진위 운영비 등을 빌리는 약정을 맺었다. 당시 추진위 임원이던 이씨는 “형식상으로 하는 서명”이라는 현대산업개발 쪽의 말을 믿고, 다른 임원 12명과 함께 연대보증서에 서명했다. 같은 해 10월 이아무개 현대산업개발 부장으로부터는 “재개발 사업이 중단돼도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이에 추진위는 차용계약서(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쓰고 현대산업개발한테서 28억여원을 빌렸다.

하지만 재개발을 반대하는 상가 주민들이 “조합이 선정해야 할 시공사를 추진위가 선정한 것은 잘못됐다”며 추진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상가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투자금 회수에 나섰고, 급기야 추진위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사용한 홍보비 등 17억여원도 함께 갚으라고 요구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재판장 최호식)는 지난달 5일 “추진위 임원들은 28억여원을 갚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추진위 주민과 연대보증한 임원들한테 대여금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한 현대산업개발 쪽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30여년 동안 살던 집이 통째로 날아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임원인 민아무개(60)씨는 “연대보증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한 시공사의 말을 믿고 서명을 했는데 시공사가 뒤통수를 때렸다”고 말했다. 추진위 임원들은 항소를 한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추진위 임원들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사업경비를 대여한 다른 재개발 사업장과의 형평성 때문에 소송 취하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경기 지역의 뉴타운·재개발 사업 조합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은 그동안 사업비를 시공사에서 빌렸고, 시공사는 조합 임원 등에게 연대보증을 받았다. 그러다 재개발이 중단돼 조합이 해산하면 시공사는 보증을 선 조합원의 재산을 압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합원들은 다시 조합 총회를 열어 해산을 추진하고 동의한 이들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의결하는 등 악순환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조합이 해산된 경기도 수원 113-5구역은 삼성물산이 조합원들에게 41억원을 청구했고, 경기도 부천 춘의1-1구역도 대우지에스건설 컨소시엄이 325억원을 청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서울 중랑구 면목3-1재개발구역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62억원의 사용비용을 포기하면서 해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와 서울시는 조합의 사용비용을 시공사가 포기하면, 시공사의 비용으로 인정해줘 그만큼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부산/김광수, 박기용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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