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 노선의 시발점인 강북구 우이동 차량기지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깊이 21m, 가로 70m, 세로 135m 규모로 전동차 36량을 수용할 수 있는 차량기지를 짓고 있다. 정태우 기자
[현장 쏙] 경전철 건설방식 논란
서울시의 ‘지하 경전철’ 계획을 둘러싸고 막대한 건설비 부담에 토건사업이냐, 교통복지 우선이냐 논쟁이 일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는 건설비가 덜 들고 친환경적이라며 ‘노면전차’(트램)를 들이겠다고 한다. 왜 서울은 지하 경전철을, 수원은 지상 노면 전차를 선택했을까?
22일 오후 서울 경전철 우이~신설 노선(11.1㎞)의 강북구 우이동 시발점인 차량기지 공사 현장에선 철제빔을 땅에 박는 기계망치 소리가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지하철 1·2호선이 지나는 종점 신설동역 쪽은 지하 4층 깊이인 30m까지 파내려간 상태다. 4년 전인 2009년 9월 착공했지만 공정률은 40%에 머물고 있다. 3공구를 맡았던 시공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탓에 내년 9월 예정이던 개통이 1년 넘게 늦춰졌다. 주민들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우이동에서 만난 주민 황상연(42)씨는 “승용차를 타고 신설동역까지 가려면 출퇴근 시간엔 차가 막혀 1시간가량 걸린다. 경전철이 뚫리면 20분밖에 안 걸린다더라”고 했다.
서울시가 10년 안에 건설하겠다는 8개 노선의 경전철은 우이~신설 노선처럼 모두 ‘지하 경전철’이다. 8조5000억원을 들여 총연장 89.21㎞의 지하 경전철을 깔겠다는 것이다.
지하 경전철은 건설비가 비싸다. 무려 8조5000억원이 드는 이번 사업에 서울시도 절반은 민간자본을 끌어오겠다고 한다. 이미 경전철을 놨다가 예상보다 승객이 적어 민간사업자의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느라 허덕이는 의정부, 용인, 김해~부산 경전철처럼 ‘민자사업의 덫’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가라앉지 않는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서울시와 정부의 세금이 4조2200여억원 필요하다는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세금 먹는 하마’로 지적돼온 민자사업을 왜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하 경전철을 결정한 경제적 타당성과 수요예측 적절성 등을 둘러싸고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비가 훨씬 덜 들고 접근성이 좋은 ‘노면전차’(트램)를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면전차는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싸다. 노선 1㎞를 까는 데 노면전차는 300억원쯤 든다고 한다. 의정부 경전철이나 용인 경전철처럼 지상에 다릿발을 세워 고가 궤도를 만드는 ‘지상 고가 경전철’은 1㎞에 600억~900억원이 들고, 지하에 터널을 뚫는 지하 경전철은 최고 1300억원까지 든다고 알려져 있다. 지하 경전철은 노면전차에 견줘 공사비가 많게는 4배가량 더 든다는 것이다. 위례 새도시에 조성할 노면전차는 주택지구를 새로 조성하는 곳인데다 국토교통부의 광역교통개선계획에 따른 것이어서 사정이 다르다.
서울시 “10년안 8개노선 건설”
소음·미관 고려 지하운행 결정
건설비 절반 민간투자로 충당
공사비 비싸 ‘민자사업 덫’ 우려
최고 4배 싼 트램 대안론 부상
“속도 떨어지고 날씨 취약” 지적도 서울시는 “노면전차 도입도 검토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노면전차는 △자동차·버스 등의 교통 흐름을 간섭하고 △이미 깔려 있는 도로 위로 달려야 하기에 속도와 효율성이 떨어지며 △노면전차 전용차선을 설치하지 않으면 버스와 다를 게 별로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노면전차는 폭설·폭우 등 기후에 취약하다. 노면전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한 교차로 신호 변경 등 교통체계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용인·의정부처럼 지상 고가 경전철이 아니라 지하 경전철로 추진한 이유을 두고는, 소음과 도시 미관 등을 고려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서울시는 2005년 교통난이 심한 관악구 난곡지역에 지상궤도를 달리는 유도고속차량(Guided Rapid Transit)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반차로 등의 교통 혼잡 증가 등 도로 이용 효율 저하를 이유로 들어 접은 바 있다. 김승준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면전차를 운행하기 위한 최소조건은 넓은 차로다. 왕복 4차로에서 트램 전용차선을 떼주면 나머지 차선은 왕복 2차로로 좁아져 차량이 엄청나게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노면전차 전용차선을 설치하려면 주변 땅을 수용해 도로를 확장해야 하는데, 수용 토지 보상비 규모가 커 비용절감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런 현실론에 맞서 일부 전문가들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안정화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면전차는 자동차 이용을 억제해, 도로를 대중교통 이용자와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 중심으로 내어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자가 차량 중심이냐, 대중교통 우선이냐를 선택하는 정책 비전이자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의 8개 노선 경전철을 모두 무인으로 운행할 계획이란 점도 드러나 안전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관사가 탑승하지 않아도 종합 관제실에서 제어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위험은 없다”고 했다. 내년 6월 개통할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무인 모노레일 방식의 경전철이다. 10년 전 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은 시민들은 안전성 우려가 크다. 서울 지하철 9호선도 무인 운행이 가능하지만, 사고 우려가 제기되자 기관사가 탑승해 운전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안전성 논란을 비켜가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전세계 경전철 방식 76%가 ‘트램’ 47개국 150여 도시서 운행
“보행자 중심 교통체계 도움”
수원·창원시 대안으로 선호 2011년 3월 부산도시철도 4호선을 시작으로 장밋빛 기대 속에 ‘국내 경전철 시대’가 열렸다. 지하 터널을 뚫거나 다릿발을 세운 고가 궤도를 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3년도 안 돼 막대한 공사비와 저조한 이용객, 민자사업에 따른 적자 보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그러자 최근 ‘노면전차’(트램)에 주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등장했다. 경기도 수원시는 1677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수원역~장안구청 총길이 6㎞의 노면철도 노선을 개통할 계획을 세우고 국토교통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신청한 상태다. 박래헌 수원시 교통행정과장은 “버스와 노면전차 중심의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지정하고, 자전거 등의 생태교통수단을 실핏줄처럼 연계해 버스와 기차, 보행자가 도로의 주인인 인간 중심의 도시 교통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2020년까지 8개 노선(129㎞)을 노면전차 형태로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확정했다. 도시철도 2호선을 자기부상식 경전철로 추진해온 대전시는 노면전차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직면했다. 경남 창원시도 노면전차가 적합하다는 연구 조사 결과를 내놨다. 노면전차는 무엇보다 공사비가 싸다. 기존 도로에 궤도를 깔아 운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승하차가 편해 노약자의 접근성이 좋다. 보행자 중심 교통수단이어서 도심 상권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폭설·폭우 등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 얽힌다는 점, 도로 폭을 넓혀야 할 경우 주변 토지보상비가 들어간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유럽 상당수 나라를 비롯해 47개국 150여개 도시에서 400여개의 노면전차 노선이 운행중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를 경전철 형태로 나눠보면, 노면전차 76.2%, 고무·철제 차륜 방식 13%, 모노레일 9.4%, 선형 유도 전동기 방식(LIM) 1.4% 차례다. 임삼진 한국철도협회 상임부회장은 “우리나라에도 1960년대 후반까지 서울·부산에 궤도열차(전차)가 있었지만,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면서 밀려났다. 길에 자동차가 넘치면서 환경 악화와 교통체증 등이 극심해졌다. 트램은 도시의 교통체계를 인간 위주로,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는, 일종의 세계적 자성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노면전차를 운행하려면 법적 근거부터 정비해야 한다. 서울에서 노면전차가 사라진 1968년 이후 노면전차는 도로교통법에서 퇴출됐다. 노면전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나 이륜차가 아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소음·미관 고려 지하운행 결정
건설비 절반 민간투자로 충당
공사비 비싸 ‘민자사업 덫’ 우려
최고 4배 싼 트램 대안론 부상
“속도 떨어지고 날씨 취약” 지적도 서울시는 “노면전차 도입도 검토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노면전차는 △자동차·버스 등의 교통 흐름을 간섭하고 △이미 깔려 있는 도로 위로 달려야 하기에 속도와 효율성이 떨어지며 △노면전차 전용차선을 설치하지 않으면 버스와 다를 게 별로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노면전차는 폭설·폭우 등 기후에 취약하다. 노면전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한 교차로 신호 변경 등 교통체계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용인·의정부처럼 지상 고가 경전철이 아니라 지하 경전철로 추진한 이유을 두고는, 소음과 도시 미관 등을 고려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서울시는 2005년 교통난이 심한 관악구 난곡지역에 지상궤도를 달리는 유도고속차량(Guided Rapid Transit)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반차로 등의 교통 혼잡 증가 등 도로 이용 효율 저하를 이유로 들어 접은 바 있다. 김승준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면전차를 운행하기 위한 최소조건은 넓은 차로다. 왕복 4차로에서 트램 전용차선을 떼주면 나머지 차선은 왕복 2차로로 좁아져 차량이 엄청나게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노면전차 전용차선을 설치하려면 주변 땅을 수용해 도로를 확장해야 하는데, 수용 토지 보상비 규모가 커 비용절감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런 현실론에 맞서 일부 전문가들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안정화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면전차는 자동차 이용을 억제해, 도로를 대중교통 이용자와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 중심으로 내어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자가 차량 중심이냐, 대중교통 우선이냐를 선택하는 정책 비전이자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의 8개 노선 경전철을 모두 무인으로 운행할 계획이란 점도 드러나 안전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관사가 탑승하지 않아도 종합 관제실에서 제어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위험은 없다”고 했다. 내년 6월 개통할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무인 모노레일 방식의 경전철이다. 10년 전 지하철 화재 참사를 겪은 시민들은 안전성 우려가 크다. 서울 지하철 9호선도 무인 운행이 가능하지만, 사고 우려가 제기되자 기관사가 탑승해 운전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안전성 논란을 비켜가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전세계 경전철 방식 76%가 ‘트램’ 47개국 150여 도시서 운행
“보행자 중심 교통체계 도움”
수원·창원시 대안으로 선호 2011년 3월 부산도시철도 4호선을 시작으로 장밋빛 기대 속에 ‘국내 경전철 시대’가 열렸다. 지하 터널을 뚫거나 다릿발을 세운 고가 궤도를 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3년도 안 돼 막대한 공사비와 저조한 이용객, 민자사업에 따른 적자 보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그러자 최근 ‘노면전차’(트램)에 주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등장했다. 경기도 수원시는 1677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수원역~장안구청 총길이 6㎞의 노면철도 노선을 개통할 계획을 세우고 국토교통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신청한 상태다. 박래헌 수원시 교통행정과장은 “버스와 노면전차 중심의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지정하고, 자전거 등의 생태교통수단을 실핏줄처럼 연계해 버스와 기차, 보행자가 도로의 주인인 인간 중심의 도시 교통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2020년까지 8개 노선(129㎞)을 노면전차 형태로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확정했다. 도시철도 2호선을 자기부상식 경전철로 추진해온 대전시는 노면전차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직면했다. 경남 창원시도 노면전차가 적합하다는 연구 조사 결과를 내놨다. 노면전차는 무엇보다 공사비가 싸다. 기존 도로에 궤도를 깔아 운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승하차가 편해 노약자의 접근성이 좋다. 보행자 중심 교통수단이어서 도심 상권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폭설·폭우 등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 얽힌다는 점, 도로 폭을 넓혀야 할 경우 주변 토지보상비가 들어간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유럽 상당수 나라를 비롯해 47개국 150여개 도시에서 400여개의 노면전차 노선이 운행중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를 경전철 형태로 나눠보면, 노면전차 76.2%, 고무·철제 차륜 방식 13%, 모노레일 9.4%, 선형 유도 전동기 방식(LIM) 1.4% 차례다. 임삼진 한국철도협회 상임부회장은 “우리나라에도 1960년대 후반까지 서울·부산에 궤도열차(전차)가 있었지만,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면서 밀려났다. 길에 자동차가 넘치면서 환경 악화와 교통체증 등이 극심해졌다. 트램은 도시의 교통체계를 인간 위주로,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는, 일종의 세계적 자성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노면전차를 운행하려면 법적 근거부터 정비해야 한다. 서울에서 노면전차가 사라진 1968년 이후 노면전차는 도로교통법에서 퇴출됐다. 노면전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나 이륜차가 아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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