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교섭 난항
단협 포함 70개안 요구에
사쪽 ‘32개 개정안’ 맞장
이견 못좁혀 파업 장기화 가능성
단협 포함 70개안 요구에
사쪽 ‘32개 개정안’ 맞장
이견 못좁혀 파업 장기화 가능성
현대자동차 노사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노사교섭이 임금 협상에 머물지 않고, 노조의 ‘퇴직금 누진제’ 등의 요구와 회사 쪽의 ‘외국공장 신증설 요건 완화’ 요구 등 단체협약 협상에서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 22일 교섭을 16일 만에 재개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조는 하루 4시간씩 이틀 동안 벌였던 부분파업 수위를 23·26일 하루 8시간씩 파업으로 한층 높였다. 27일로 예정된 다음 교섭에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사태는 장기화하며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사 교섭이 이처럼 꼬인 것은, 올해는 임금인상 문제 말고도 현재 133개 조항에 이르는 단체협약의 개정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말고도 퇴직금 누진제 시행,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 지원금제 등 55개 조항의 신설 및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성과금 당기순이익의 30% 지급’과 ‘전 직군 완전월급제’ 등 별도 요구안까지 모두 70개 요구안을 내걸었다. 회사 쪽은 이를 180개까지로 세분화해 그 수가 많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단체협약 개정을 둘러싸고 회사 쪽이 방어만 하는 건 아니다. 32개항의 개정 요구안을 꺼내들면서 공세도 취하고 있다. 특히 사쪽은 신기술 도입이나 외국공장 신증설 등에 대해 현재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게 돼 있는 단협 조항을 ‘협의’ 수준으로 완화하자고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외국공장 신증설에 노조 쪽의 제동장치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임금피크제’와 올해 입사자부터 새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이중임금제’도 사쪽 수정 요구안에 들어 있다.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공장 이전 문제로 불거진 노사 갈등에서 드러나듯, 국외공장 신증설은 노동자들에겐 일자리 감축 우려 등으로 극도로 민감한 문제다. 윤여철 현대자동차그룹 노무총괄 부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업으로 회사 손실이 커지면 당연히 외국공장 생산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를 자극했다. 그는 “파업에 밀려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노조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23일 파업 때 성실교섭 촉구 및 윤여철 망언 규탄 집회를 열고 “윤 부회장이 교섭대표도 아니면서 교섭을 지휘하려 하며 교섭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교섭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대립 속에서 노사는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6일 교섭이 깨지기 전까지 18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협상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예년에 협상이 교착될 때 돌파구를 열었던 실무협의도 5차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회사 쪽은 “노조 요구안 중에 노조 전임자를 늘리라거나 60살까지 보장된 정년을 더 늘리라는 등 지나친 내용이 많다. 지금까지 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인해 1만5625대의 생산차질로 3203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쪽이 9월 말 임기가 끝나는 현 노조 집행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 교섭을 졸속으로 끝내도록 유도하려 한다”고 맞받았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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