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4명 중 20명 부정채용 확인
2급 공무원·관장 등 7명 입건
과학관쪽, 합격취소 검토
2급 공무원·관장 등 7명 입건
과학관쪽, 합격취소 검토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립대구과학관이 지난 6월 직원 공개채용 때 최종 면접 합격자 24명 가운데 무려 83%인 20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가 드러났다.(<한겨레> 7월3일치 1면) 미래부 고위 간부가 청탁받은 응시자들을 부정 채용하는 데 가담한 혐의도 밝혀졌다. 대구과학관 쪽은 부정채용 합격자 20명의 합격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지만, 탈락한 응시자들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채용을 원천 무효화하고 재채용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립대구과학관 직원 부정채용 사건을 수사해온 대구 달성경찰서는 29일 직원 채용 비리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조청원(59) 전 대구과학관 관장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불구속 입건된 사람은 조 전 관장 말고도 미래창조과학부의 윤아무개(56) 과학관 건립추진단장(2급)과 권아무개(53·대구과학관 파견) 연구관, 김아무개(58) 서기관, 대구과학관 인사담당 김아무개(33)씨, 대구시 이아무개(53) 사무관 등 공무원 6명과 응시자 정아무개(33)씨 등이다.
조 전 관장 등 공무원들은 지난 6월7일부터 열흘 동안 대구과학관 직원 채용 때 서류와 면접심사를 하면서 미리 청탁을 받고 합격을 내정해놓은 응시자 20명에게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다른 응시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관장은 채용 규정을 어겨가며 채용심사위원장을 맡아 청탁받은 응시자를 면접하면서 “좋군요”라고 말하며 긍정적 의사를 밝히는 수법으로 다른 심사위원들의 동의를 유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응시자별로 채점표를 매기지 않은 채 백지에 서명만 한 뒤 제출했고, 인사담당 김씨가 미리 청탁받은 응시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서류를 짜맞췄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홍사준 대구 달성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들 부정합격자 때문에 석·박사 등 전문성을 갖춘 응시생들이 무더기로 탈락했다”고 말했다.
미리 합격을 내정해 부정 합격시킨 사람은 대구시 현직 공무원 등 4명, 조 전 관장이 청탁받은 응시자 5명, 대구과학관 건립추진단장 윤씨가 청탁받은 응시자 4명, 미래부 연구관 권씨가 청탁받은 3명, 대구시 사무관 이씨가 청탁받은 4명 등 20명이다.
응시자 정씨는 친구인 대구과학관 인사담당 이씨에게 ‘합격시켜달라’며 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전 관장과 인사담당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범죄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되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국립대구과학관은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20명의 합격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대구과학관 직원 채용이 총체적 부정 속에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채용 자체를 원천무효하고 재채용해야 한다. 부정 때문에 탈락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모아 피해보상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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