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초반 4일 중계 한번도 안해
나머지도 지역·케이블 위주 중계
93억 들인 시설 거의 활용못해
나머지도 지역·케이블 위주 중계
93억 들인 시설 거의 활용못해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좀처럼 열기가 오르지 않고 있다. 관람객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데다 방송에서조차 조정대회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 ‘93억짜리’ 세계 최초의 부유식 중계도로를 통한 생생한 중계는 감감무소식이다.
경기는 25일부터 날마다 열렸지만 28일까지 단 한차례도 중계되지 않았다. 29일 오후 <문화방송>이 처음 중계를 했지만, 이날 오전 열린 경기를 지연(녹화) 방송한 것이었다. 앞으로도 안방에서 경기를 보기는 쉽지 않다. 30일 오후 <문화방송>이 한차례 생중계한 뒤 새벽시간대 녹화 중계, 케이블방송, 지역 <충주문화방송>을 통해서만 중계된다.
조아무개(45·경기 고양시)씨는 “며칠째 조정 중계를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아 화가 난다. 내 나라 내 땅에서 열리는 경기마저 방송으로 볼 수 없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이계백 대한조정협회 전무이사도 “이번 세계대회를 조정 저변 확대 계기로 삼으려 했는데 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분위기가 뜨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상복 조직위 방송위원은 “대회에 앞서 국제조정연맹과 방송 중계 협의를 할 때부터 후반 나흘 동안만 방송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외 사정도 비슷하다. 영국 <비비시> 등 조정의 본고장인 유럽 10여개국은 중계권을 샀으나, 비유럽권은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등 6개국만 샀다. 미국·일본 등 조정 저변이 넓은 나라마저 외면하면서, 조직위가 내세운 ‘30억 시청자가 지켜보는 지구촌 최대 물축제’는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방송 중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93억원을 들인 부유식 중계도로 효용론이 도마에 올랐다. 조직위는 중계도로 2.4㎞ 가운데 1.4㎞를 물 위에 뜬 부유식으로 만들었다. 김정선 조직위 사무총장은 “세계 최초의 수상 중계도로는 국제조정연맹의 찬사가 이어졌다. 대회 뒤 자전거도로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대회 뒤 탄금호에는 1m당 660만원짜리 ‘귀족 자전거도로’가 생긴다.
이에 대해 김홍설 배재대 교수(레저스포츠학과)는 “방송이 광고·시청률 저하 등 상업성 때문에 세계대회마저 외면하는 것은 문제다. 일회성 방송 때문에 100억 가까이 들인 시설물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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