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2호기의 증기발생기 수실을 규정과 다르게 용접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이 팻말시위와 항의방문에 나서는 등 동요하고 있다.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와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은 30일 오전 7~10시께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팻말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 20여명은 ‘부실정비 의혹 한빛원전 2호기 정지’와 ‘규제 실패한 원전안전위원회 각성’ 등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주민 10여명은 지난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를 항의 방문해 부실 정비 의혹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빛원전 2호기는 2011년 9월 예방정비 때 증기발생기 수실의 배수관 주변 피복재에 흠집이 발견돼 임시로 엘(L)자형 판을 덧대어 용접했다. 이후 지난 2월 손상 부위를 원래 설계수준으로 복원하기 위해 정비용 로봇으로 해당 부위를 용접하는 작업을 벌였다. 증기발생기는 원자로를 도는 냉각수에서 증기를 발생시키는 1차계통 설비다. 이 증기는 전력 생산을 위해 터빈을 돌린다.
주민들은 “증기발생기 결함은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비업체인 두산중공업이 손상 부위 용접 때 규격인 인코넬690 재질을 써야 하는데도, 품질이 떨어지는 인코넬600을 썼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빛원전 쪽은 “두산중공업이 두께 12.5㎝의 탄소강인 수실의 몸체를 스테인레스 스틸로 덮고 있는 3㎜의 피복재를 용접할 때 인코넬600을 쓴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한빛원전은 “애초 스테인레스 스틸로 용접했으나 균열이 계속 발생하자, 인코넬690로 바꾸었고 균열이 개선되지 않자 용접성이 좋은 인코넬600을 쓰는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용접부의 구조와 성능을 평가한 결과, 안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없고 비파괴 검사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이런 해명을 신뢰할 수 없다’며 2호기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시위를 확대하는 방침이다. 주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월 초 공식적인 조사 결과를 밝히기로 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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