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동원한 복구작업 지난 31일 오전 대구역에서 서울로 향하던 무궁화 열차가 고속철도(KTX) 열차의 옆 부분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서울~부산을 오가는 경부선 열차 운행이 하루 동안 큰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 쪽은 탈선한 열차를 수습하는 복구작업이 마무리돼 열차 운행은 1일 오후 정상화됐지만 대구역 구간 200여m에서는 여전히 지연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뉴스1
국토부, 대구역 충돌 사고 원인 진단
‘대체 근무’ 여객전무 수신호 실수에
기관사도 신호등 안보고 출발시켜
4명 경상…30시간만에 운행 정상화
‘대체 근무’ 여객전무 수신호 실수에
기관사도 신호등 안보고 출발시켜
4명 경상…30시간만에 운행 정상화
주말 하루 동안 서울~부산을 오가는 경부선 철도 운행을 마비시켰던 대구역 열차 3중추돌 사고는 열차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실수로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밝혀졌다.
사고 원인을 조사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1일 대구역에 정차해 있던 1204호 무궁화 열차 기관사 홍아무개(45)씨가 지난 31일 아침 7시14분께 상행선 신호기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열차를 출발시켜 무정차 통과하던 상행 4012호 고속철도(KTX) 열차의 옆 부분을 들이받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는 “무궁화 열차 여객전무 이아무개(56)씨가 기관사 홍씨한테 출발 수신호를 잘못 보냈으며, 이 수신호를 본 홍씨가 신호기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열차를 출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관사와 여객전무의 실수가 겹쳐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대구역에는 무궁화호와 고속철도 출발신호기가 1~2m 간격으로 나란히 붙어 있어 고속철도 신호기를 무궁화호 출발신호로 착각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대구역에서는 2008년 2월에도 하행선에서 화물열차가 다른 선로의 출발신호를 잘못 보고 본선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무궁화 열차의 옆 부분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대구역에서 여객전무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신호기 2대가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자주 운행하는 여객전무들도 혼동하기 쉬운데 경험이 없으면 더욱 혼동하기 쉽다”고 털어놨다.
특히 여객전무 이씨는 과거 열차 승무 경험이 있지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다 7년여 만에 여객전무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는 3년여 전부터 코레일이 추진중인 열차승무원과 역무원의 순환근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 7월24일부터 휴일근무를 거부하고 있다.
코레일 쪽은 일손이 달리자 이씨처럼 코레일 지역본부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거친 뒤 여객전무로 보내 대체근무를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대구본부 관계자는 “여객전무 이씨는 시험도 봤고, 교육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열차승무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업무가 아니다. 코레일이 추진중인 순환근무제나 대체근무제로 인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했다”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 지역본부 안전처나 부역장 등으로 일하는 역무직원 150여명이 열차승무원으로 대체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제2의 열차사고가 우려된다고 철도노조 쪽은 밝혔다.
한편, 사고는 상행선 고속열차의 객차 8량이 탈선하면서 때마침 하행선에서 대구역으로 들어오던 고속열차 101호 열차와도 충돌하며 생겼다. 사고 당시 3편의 열차에는 승객 1370명이 타고 있어 자칫하면 대형 참사가 벌어질 뻔했지만 열차가 저속으로 운행한 상태라 승객 4명이 손가락 등을 다치는 것에 그쳤다.
사고로 차질을 빚었던 경부선 열차 운행은 사고 발생 30시간 만인 1일 오후 1시쯤 정상화됐다고 코레일은 밝혔다.
대구/구대선 기자, 최종훈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