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감사 결과 적발…고객 손실 보전 계획”
증권사 지점에서 직원이 고객돈을 빼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날린 금융사고가 또 일어났다. 증시 침체와 거래 부진으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위에 이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경기도 소재 한 지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고객이 맡긴 21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회사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이 직원은 지난 1년 동안 고객 11명의 계좌에서 21억원을 인출해 다른 증권사에 지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를 통해 주식워런트증권(ELW)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대부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4일 “회사 계좌에서 제3자 명의로 돈이 빠져나가는 이상 계좌를 발견해 감사를 벌인 결과 지난 2일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 고객들의 손실 금액은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사고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통보하고 해당 직원을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번 사건처럼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이 맡긴 투자금을 회사 몰래 빼돌려 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고 날리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한화투자증권 직원이 고객이 맡긴 증권카드 등을 이용해 고객돈 2억5000만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앞서 지난달 초 고객 자금 100억원으로 주식 투자를 하다 대규모 손실을 낸 하나대투증권 직원은 자살을 시도한 뒤 잠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 업계에서 유사한 금융사고가 잇달아 일어나자 모든 증권사에 지점 직원이 고객카드를 보관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것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점검에 나섰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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