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백지화
법무부 태도 돌변에 해석 분분
법무부 태도 돌변에 해석 분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도심 건물로 지난 4일 새벽 기습 이전한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은, 9일 오후 법무부가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힘에 따라 10일 한층 누그러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주민들의 시위 양상 등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주로 학부모들인 30·40대 여성 수천명이 밤샘농성을 주도하며 반발한 것은 1991년 분당 새도시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정부가 지역이기주의에 너무나 쉽게 굴복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보호관찰소는 필요한 국가사무 시설인데, 고소득 중·상류층이 많은 분당 주민들의 압력을 당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몇몇 누리꾼은 온라인에서 “잘사는 동네인 분당쯤 되니까 정부가 물러서지 않았을까. 가난한 동네였다면 밀어붙였을 것이다” 같은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는 논란이 불거진 초기 며칠 동안 “보호관찰소라는 국가 필수시설을 막는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와는 협상하지 않겠다. 관찰 대상자들의 효과적 교육을 위해선 교통 여건이 좋아야 한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흉악범은 드나들지 않는 사회교화시설에 불과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연인원 70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성남보호관찰소가 입주한 분당선 서현역 근처 건물을 에워싸고 연일 밤샘집회를 하고, 분당이 지역구인 이종훈·전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까지 가세해 ‘도둑 이사’라고 규정하며 압력을 가했다. 결국 법무부는 닷새 만에 물러섰다.
그동안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집단 민원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온 정부와 여당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당은 ‘새누리당 표밭’으로 불린다. 하지만 2011년 4월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은 53%에 그쳐 새누리당 쪽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분당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당정이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 안전 확보를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로선, 자녀가 다니는 학교별·반별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항의시위를 주도한 30~40대 여성들의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란 주장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소득 중산층의 지역이기주의라는 지적에, 주민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한 국가행정이 문제라고 반박한다. 주민 홍재연(42·여)씨는 “주민 설득과 여론수렴 절차 없이 행정 편의를 위해, 날마다 수만명의 청소년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공간을 밀어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사태는 국가기관이 원칙 없이 여기저기를 전전하다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이전을 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외형상 대응 양상이 격렬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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