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감사 인사·예산 전횡 드러내
엄경섭 사장 취임 10개월만에 사직
엄경섭 사장 취임 10개월만에 사직
부산 관광산업을 총괄하는 부산시 공기업인 부산관광공사가 규정을 어겨 예산을 집행하고 비공개로 직원을 뽑는 등 조직의 난맥상을 드러내다, 결국 사장이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나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부산시는 11일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6~10일 부산관광공사와 부산시를 감사해 부산관광공사 직원 1명을 중징계하고 부산관광공사 직원 2명과 부산시 직원 1명은 경징계하며 엄경섭(61) 사장에게는 기관장 경고 처분을 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산관광공사는 2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며, 부산시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경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엄 사장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했다.
안전행정부 감사에서 엄 사장은 올해 3월 채용된 부산시 행정직 서기관급에 해당하는 마이스본부장(일반직 1급)과 사무관급에 해당하는 유스호스텔 ‘아르피나’ 총지배인(계약직 가급)을 지난해 12월 따로 만나 채용 공모 때 지원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을 지낸 엄 사장이 한국관광공사와 인천관광공사에서 근무한 마이스본부장과 고등학교·대학교 후배인 아르피나 총지배인을 영입해 갓 출범한 부산관광공사의 조기 안정화와 활성화를 꾀하려고 했으나 무리한 행보로 인사 특혜 의혹을 자초한 것이다. 또 엄 사장은 임직원의 전세금을 지원하려면 이사회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도 올해 4월 아르피나 총지배인의 전세금 1억7000만원을 예비비에서 임의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관광공사는 또 5월 컨벤션뷰로 팀장(계약직)을 채용하면서 공개경쟁 모집을 하지 않고, 앞서 3월 마이스본부장 채용 공모 때 응시했으나 탈락했던 2명한테 연락해 이 가운데 1명을 뽑았다. 부산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도 엄 사장의 운전기사와 비서실 여직원(계약직)을 공개 채용하지 않고 임의로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엄 사장의 운전기사는 부산관광공사 간부의 처남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간부는 인사청탁을 해 처남을 운전기사로 입사시킨 것은 아니지만 엄 사장의 운전기사 채용 당시 처남인 사실을 숨기고 인사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기사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표를 냈다.
부산관광공사는 유스호스텔 아르피나, 부산관광컨벤션뷰로, 부산시티투어버스 등 관광 관련 3개 조직을 통합한 것으로, 올해 1월 사장을 포함해 124명의 직원으로 출범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