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본관 앞에서 독서 동아리 ‘월하독서’ 회원들이 섬마을 아이들에게 기증할 책과 학용품을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다.
사람과 풍경 충남도청 독서동아리 ‘월하독서’
도청직원·지인들에 알려
1천권 훌쩍 넘는 책
학용품도 가득 싣고
보령 원산도·외연도 가는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책을 읽기만 할 게 아니라 책이 부족한 곳의 학생들에게 기증을 하면 어떨까?” 충남도청 독서 동아리 ‘월하독서’ 회원 6명은 한가위를 앞둔 13일 보령시 원산도와 외연도로 가는 여객선을 탄다. 무더위가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낚시꾼들이 몰리는 철이지만, 이들은 낚싯대 대신 상자 20여개에 책과 학용품을 가득 담았다. 원산도 원의중학교와 외연도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건넬 추석 선물이다. 두곳은 전교생이 각각 18명인 도서벽지 학교이며, 특히 원의중은 충남에서 섬에 자리한 유일한 중학교다. 월하독서 회원들은 지난달 5일부터 한달 동안 도청 내부게시판과 페이스북·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식을 알리고 책을 모았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독촉 전화’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입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도청 토지관리과의 한 직원은 수백권을 담은 다섯상자를 직접 차에 싣고 왔다. 회원들의 취지에 공감한 해양수산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고급 색연필 50세트를 보내왔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은 백제 역사를 소재로 직접 제작한 보드게임과 만화책을 내놨다. 한 출판사에서는 학원 하나 없는 섬마을 아이들을 위해 학습지 6종 200권을 선뜻 기증했다. 이렇게 모인 책이 1000권을 훌쩍 넘는다. 도청 직원들의 축구모임 내포에프시(FC)는 책 기증 이야기를 전해 듣고 두 학교에 축구공도 함께 보내기로 했다. 뜻하지 않은 기증 소식에 학교에서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의중 행정실 이병현 주무관은 “1년에 도서 구입 예산이 200만원가량이고 장서 수로는 4000여권 되지만 대부분 오래된 책들이다. 학원은커녕 서점도 없는 섬이어서 열악한데 아이들을 위해 책과 학용품을 준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책 기증은 2년 전 도청 독서대학이 출발점이다. 충남도는 안희정 지사 취임 뒤 2011년 5월부터 직원들의 창의적인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독서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사 5곳에 도서 전시대를 마련해 다달이 직원들이 추천한 책을 선보이고 있다. 월하독서 회장을 맡고 있는 충남도 홍보협력관실 장훈 메시지담당은 “도청 독서대학을 통해 자발적으로 책 읽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 책을 통해 생각을 나눠 보자는 뜻에서 기증을 계획하게 됐다. 다행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들이 많이 모여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번 한차례로 끝내지 않고 교도소나 사회복지시설 등 책이 절실한 곳이라면 어디든 더 찾아 나설 참이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1천권 훌쩍 넘는 책
학용품도 가득 싣고
보령 원산도·외연도 가는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책을 읽기만 할 게 아니라 책이 부족한 곳의 학생들에게 기증을 하면 어떨까?” 충남도청 독서 동아리 ‘월하독서’ 회원 6명은 한가위를 앞둔 13일 보령시 원산도와 외연도로 가는 여객선을 탄다. 무더위가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낚시꾼들이 몰리는 철이지만, 이들은 낚싯대 대신 상자 20여개에 책과 학용품을 가득 담았다. 원산도 원의중학교와 외연도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건넬 추석 선물이다. 두곳은 전교생이 각각 18명인 도서벽지 학교이며, 특히 원의중은 충남에서 섬에 자리한 유일한 중학교다. 월하독서 회원들은 지난달 5일부터 한달 동안 도청 내부게시판과 페이스북·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식을 알리고 책을 모았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독촉 전화’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입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도청 토지관리과의 한 직원은 수백권을 담은 다섯상자를 직접 차에 싣고 왔다. 회원들의 취지에 공감한 해양수산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고급 색연필 50세트를 보내왔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은 백제 역사를 소재로 직접 제작한 보드게임과 만화책을 내놨다. 한 출판사에서는 학원 하나 없는 섬마을 아이들을 위해 학습지 6종 200권을 선뜻 기증했다. 이렇게 모인 책이 1000권을 훌쩍 넘는다. 도청 직원들의 축구모임 내포에프시(FC)는 책 기증 이야기를 전해 듣고 두 학교에 축구공도 함께 보내기로 했다. 뜻하지 않은 기증 소식에 학교에서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의중 행정실 이병현 주무관은 “1년에 도서 구입 예산이 200만원가량이고 장서 수로는 4000여권 되지만 대부분 오래된 책들이다. 학원은커녕 서점도 없는 섬이어서 열악한데 아이들을 위해 책과 학용품을 준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책 기증은 2년 전 도청 독서대학이 출발점이다. 충남도는 안희정 지사 취임 뒤 2011년 5월부터 직원들의 창의적인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독서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사 5곳에 도서 전시대를 마련해 다달이 직원들이 추천한 책을 선보이고 있다. 월하독서 회장을 맡고 있는 충남도 홍보협력관실 장훈 메시지담당은 “도청 독서대학을 통해 자발적으로 책 읽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 책을 통해 생각을 나눠 보자는 뜻에서 기증을 계획하게 됐다. 다행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들이 많이 모여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번 한차례로 끝내지 않고 교도소나 사회복지시설 등 책이 절실한 곳이라면 어디든 더 찾아 나설 참이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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