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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거창과 아무 관계없던 나, 운명으로 만든 영화”

등록 2013-09-21 18:42수정 2013-09-22 10:40

거창양민학살사건 영화 ‘청야’ 만든 김재수(55) 감독
거창양민학살사건 영화 ‘청야’ 만든 김재수(55) 감독
거창양민학살사건 영화 ‘청야’ 만든 김재수 감독

귀농한 마을이 하필 학살 일어난 곳
3년전 “제대로 된 영화 만들자” 결심
첫 시사회 호평 속 부산영화제 출품
“피해자 상처 치유…화해로 승화되길”
“영화를 통해 거창 양민학살사건의 진실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고, 이를 계기로 피해자들의 응어리진 상처가 치유되고, 더 나아가 화해와 용서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청야>를 최근 완성한 김재수(55·사진) 감독은 21일 “거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내가 거창에서 살게 되고, 게다가 학살사건을 다룬 영화까지 만든 것은 운명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영화 <클럽 버터플라이> <천국의 셋방> 등을 만들었던 김 감독은 40여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2009년 경남 거창군 신원면 수동마을에 귀농해, 지금은 이장까지 맡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귀농교육도 받고, 경기도 앙평에서 텃밭도 가꾸며 나름대로 꼼꼼히 귀농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가 전국에서 고르고 골라 정착한 곳은 “하필이면 거창 양민학살사건이 일어난 마을”이었다. 1951년 2월9~11일 사흘간 거창군 신원면에서는 공비를 토벌한다는 빌미로 국군 11사단에 의해 어린이 385명을 포함한 무고한 주민 719명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국군의 작전명이 바로 벽을 튼튼히 하고 들을 깨끗하게 한다는 뜻의 ‘견벽청야’였다.

정부는 학살 피해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2004년 거창사건추모공원을 세웠다. 2010년 김 감독은 추모공원에 들렀다가 13분 분량의 짧은 홍보 다큐멘터리를 보고 학살사건을 ‘제대로’ 다룬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다큐멘터리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만들려니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부터 어려웠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주제이니까요.”

제작비 1억8천만원 가운데 1억2500만원을 거창군에서 지원을 받았다. 4천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던 경남영상위원회가 올해 초 경남도 방침에 따라 통폐합되는 바람에 대신 장충동왕족발 등 출향 기업인들로부터 5천만원을 모금해 충당했다. 지난 3월25일 추모공원에서 위령제를 올리고 촬영을 시작해, 최근 다큐와 애니메이션을 가미한 95분짜리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는 지난 3일 거창에서 연 첫 시사회의 호평에 힘입어 새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선을 보일 계획이다. 명계남·문성근·장두이·이효정·김기방·안미나·김현아·백승현씨 등 많은 배우들이 ‘교통비’만 받고서 기꺼이 출연했다.

“올해 서울에서 두 차례 시사회를 열고 일반 상영한 뒤, 거창사건추모공원에 소장할 계획입니다.”

김 감독은 “영화 <청야>가 치유와 화해를 통해 우리 모두를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상태로 되돌려놓기를 빈다”고 거듭 강조했다.

거창/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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