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지원·외부협찬 줄어 불가피
유료전환으로 ‘반쪽 행사’ 우려
유료전환으로 ‘반쪽 행사’ 우려
국내 대표적 합창 경연대회인 부산국제합창제가 깎인 국·시비 지원금을 충당하고 무료공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입장권을 판매하고 나섰다. 입장권 판매에 성공하면 무료 입장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사례가 되겠지만, 관객이 텅텅 비는 반쪽 행사로 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법인 한국합창조직위원회는 25일 “다음달 14~19일 부산문화회관과 영화의전당 등에서 12개국 46개팀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9회 부산국제합창제’의 입장권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열린 부산국제합창제는 합창 문화의 대중화와 국제도시 부산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고 무료로 운영했다.
조직위는 다음달 16일 저녁 8시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필리핀 ‘마드리갈 싱어스’의 개막 공연 입장권은 1장에 2만~5만원, 합창 경연을 포함한 하루 입장권은 2만원을 받고 있다. 국내외 경연 참가자들도 개막 공연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조직위는 외국 참가팀한테 무료로 지원하던 항공비와 숙식비 등도 내년부터 선별해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직위가 합창제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한 것은 국·시비 지원과 외부 협찬이 어려움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2005년부터 부산국제합창제에 3억원을 지원했다가 2011~2012년 2억원으로 삭감했다. 올해도 2억원을 배정했다가 조직위가 해마다 지원받던 국비 1억원을 받지 못하자 1억원을 추가로 늘렸지만, 시가 앞으로 해마다 3억원을 지원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9년 만에 끊긴 국비 1억원이 내년에 부활할 것인지도 장담하지 못한다.
손금숙 부산국제합창제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합창제의 명성이 더 높아지려면 장기적으로 유료로 전환해야 한다. 부산국제합창제가 이제 널리 알려졌고 경연 참가팀들의 수준도 높아졌기에 유료로 전환해도 관객들의 발길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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