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 척과리 소불골에서 반딧불이 생태체험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반딧불이를 잡아넣은 병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영남 쏙] 산업도시 울산에 반딧불이가 산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가 공업도시 울산에서 다시 관측되고 있다. 반딧불이는 조명이나 환경 변화에 민감한 환경 지표종 곤충이다. 울산 생명의 숲이 울산시와 함께 서식 실태를 조사하고 생태체험 행사도 열기 시작했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가 공업도시 울산에서 다시 관측되고 있다. 반딧불이는 조명이나 환경 변화에 민감한 환경 지표종 곤충이다. 울산 생명의 숲이 울산시와 함께 서식 실태를 조사하고 생태체험 행사도 열기 시작했다.
“울산에 살면서 반딧불이를 직접 보기는 처음입니다. 참 신기하네요.”
지난 15일 저녁 울산 도심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울주군 범서읍 척과리 대신마을 야산 소불골에서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반딧불이 생태체험 행사에 참가한 주부 권은숙(41)씨는 몸에 작은 불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늦반딧불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딸을 데리고 참가한 주부 이연정(40)씨도 “울산이 공업도시인 줄만 알았지 반딧불이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못했다”고 했다. 사단법인 울산 생명의 숲이 마련한 이날 체험 행사엔 어린이와 부모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어린이들은 논밭과 숲 사이로 난 작은 골짜기길을 걸으며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반딧불이를 볼 때마다 놀란 표정을 짓으며 “와!” 하는 탄성을 지르곤 했다. 울산 생명의 숲 실무자들은 잠자리채로 반딧불이를 잡아 투명한 병에 담아 어린이에게 주며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반딧불이 집으로 가져가 키우면 안 돼요?” 대다수 어린이들이 병에 담은 반딧불이를 집에 가져가고 싶은 눈치였다.
“반딧불이가 몸에 빛을 내는 것은 암수가 서로 짝을 찾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반딧불이가 자기가 살던 곳에서 짝을 찾아 사랑을 나눠야 나중에 더 많은 반딧불이가 새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윤석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이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수백마리 발견
산업화 불구 건강한 생태 유지
환경단체 체험행사도 잇따라
“공장 많은데…정말 신기하네요" 어린이들은 두말없이 병뚜껑을 열어 반딧불이가 다시 숲으로 날아가도록 했다. 소불골은 지난해 9월 울산 생명의 숲이 벌인 반딧불이 서식실태 조사 때 인접한 상아골과 합쳐 모두 150여마리의 늦반딧불이가 발견됐던 곳이다. 골짜기 계곡과 작은 습지가 있어 달팽이를 먹고 사는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생태조건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올해엔 이곳에서 지난해보다 적은 100여마리의 늦반딧불이가 발견됐다. 정우규 울산 생명의 숲 공동대표는 “올여름 남부지방은 많이 가물어 지난해보다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생명의 숲은 지난해부터 울산시·울산녹색환경지원센터와 함께 울산지역 반딧불이 서식실태 조사에 나서 지난해 9~10월 늦반딧불이 서식지 12곳, 올해 6~8월 애반딧불이 서식지 6곳을 확인했다. 주민 제보, 언론 보도, 기록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곳도 있어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17곳, 애반딧불이는 14곳을 조사했으나 각각 5곳과 8곳에선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주로 6~8월에 나타나는 애반딧불이는 몸길이가 7~10㎜로 반딧불이 종류 가운데 덩치가 작은 편에 속하며,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산골짜기 실개천에서 다슬기나 물달팽이를 잡아먹으며 겨울을 나는 수서종으로 분류된다. 반면 8~10월에 주로 보이는 늦반딧불이는 몸길이가 15~18㎜로 우리나라 반딧불이 종류 가운데 가장 크다. 겨울을 난 알이 이듬해 봄에 부화해 애벌레가 습지와 가까운 논밭의 달팽이나 민달팽이를 잡아먹고 사는 육서종에 속한다. 또 늦반딧불이 암컷은 수컷과 달리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모두 8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울산에는 지금까지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2종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서도 울산은 특히 메마른 하천이 많은 자연적 특성 때문에 육서종인 늦반딧불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체험 행사가 열린 소불골은 근처 상아골과 더불어 울산의 대표적인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꼽힌다. 도심을 끼고 있는 남구 삼호동 삼호산 아래 골짜기도 근처를 지나던 고등학생들이 지난해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초저녁 시간에 반딧불이를 발견해 제보함으로써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확인된 곳이다. 최근엔 외곽 지역인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와 도심 자연공원인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동문 쪽 숲 등 5곳이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추가 확인됐다. 애반딧불이는 웅촌면 석천리 석천마을에서 올해 50마리 이상 발견돼 대표적인 서식지로 꼽혔다. 정 대표는 “울산대공원 같은 곳에선 1998년과 2000년에도 각각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가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는데 최근 다시 늦반딧불이 서식이 확인됐다. 비록 개체수는 적지만 울산에서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환경지표종 곤충인 반딧불이 서식지가 남아 있다는 것은 울산의 생태환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 시민들이 반딧불이에 대해 관심을 보일 여유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 환경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디어디서 반딧불이를 봤다는 시민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는 2000년대 들어 태화강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도시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아오다 최근 반딧불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반딧불이 서식지 보전을 통한 관광자원 개발 및 생태체험 학습장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나섰다. 김노경 울산시 환경정책과장은 “반딧불이 서식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서식지 보전과 활용 가능성을 파악해 그 방안을 고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하는 대표적인 곳은 전북 무주군 설천면 일대로 1982년부터 이곳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또 무주군과 인천 계양구, 충북 괴산·옥천군, 충남 아산시, 경기도 남양주시 등에서는 해마다 6~8월 반딧불이 축제도 열린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서식지 실태조사 넘어 보전대책 세워야” 정우규 울산생명의숲 공동대표
“가로등·농약·차량통행 규제하고
다슬기 등 먹이동물 공급해야”
울산지역 반딧불이 서식실태 조사를 맡은 정우규(60·사진) 울산 생명의 숲 공동대표(이학박사)는 “실태조사가 단순한 조사로 그치지 않고 개별 서식지에 대한 보전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주변 가로등의 점등시간을 제한하거나 갓을 씌워 반딧불이 서식을 저해하는 요인을 없애고, 주민들의 경작지 농약 살포나 습지 매립, 야간 차량통행 등도 자제하도록 적극적으로 교육·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슬기와 달팽이 등 먹이동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서식환경을 조성하고, 개체수가 많은 서식지의 반딧불이와 다른 서식처의 반딧불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교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울산 생명의 숲은 지난해 9~10월 울산시와 함께 울산지역 늦반딧불이 서식 실태를 조사했다. 올해 들어선 울산환경지원센터가 반딧불이 서식실태 조사 용역을 맡김에 따라 지난 6~8월 애반딧불이 서식 실태에 이어 10월까지 늦반딧불이 서식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울산환경지원센터는 환경부와 울산시가 공동출자해 울산대에 맡겨 운영하는 연구기관이다.
정 대표는 “조사 결과 서식지로 확인된 곳 근처의 농장과 경작지에서 농약을 쓰거나 마을 진입 차량의 불빛과 생활하수, 쓰레기 등으로 인해 언제라도 서식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농업을 활성화하고 청정 농산물 생산을 통해 농촌 환경의 건강성도 회복하면서 지역의 생물종 다양성을 높이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 농촌에서 자라서, 여름밤이면 반딧불이를 잡아 호박꽃 속에 넣고 초롱처럼 들고 다니며 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의 강한 불빛과 오염 때문에 보기 힘들게 된 반딧불이가 되돌아오게 해, 도시 청소년들이 꿈과 정서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산업화 불구 건강한 생태 유지
환경단체 체험행사도 잇따라
“공장 많은데…정말 신기하네요" 어린이들은 두말없이 병뚜껑을 열어 반딧불이가 다시 숲으로 날아가도록 했다. 소불골은 지난해 9월 울산 생명의 숲이 벌인 반딧불이 서식실태 조사 때 인접한 상아골과 합쳐 모두 150여마리의 늦반딧불이가 발견됐던 곳이다. 골짜기 계곡과 작은 습지가 있어 달팽이를 먹고 사는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생태조건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올해엔 이곳에서 지난해보다 적은 100여마리의 늦반딧불이가 발견됐다. 정우규 울산 생명의 숲 공동대표는 “올여름 남부지방은 많이 가물어 지난해보다 개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생명의 숲은 지난해부터 울산시·울산녹색환경지원센터와 함께 울산지역 반딧불이 서식실태 조사에 나서 지난해 9~10월 늦반딧불이 서식지 12곳, 올해 6~8월 애반딧불이 서식지 6곳을 확인했다. 주민 제보, 언론 보도, 기록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곳도 있어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17곳, 애반딧불이는 14곳을 조사했으나 각각 5곳과 8곳에선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주로 6~8월에 나타나는 애반딧불이는 몸길이가 7~10㎜로 반딧불이 종류 가운데 덩치가 작은 편에 속하며,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산골짜기 실개천에서 다슬기나 물달팽이를 잡아먹으며 겨울을 나는 수서종으로 분류된다. 반면 8~10월에 주로 보이는 늦반딧불이는 몸길이가 15~18㎜로 우리나라 반딧불이 종류 가운데 가장 크다. 겨울을 난 알이 이듬해 봄에 부화해 애벌레가 습지와 가까운 논밭의 달팽이나 민달팽이를 잡아먹고 사는 육서종에 속한다. 또 늦반딧불이 암컷은 수컷과 달리 날개가 퇴화해 날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모두 8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울산에는 지금까지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2종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서도 울산은 특히 메마른 하천이 많은 자연적 특성 때문에 육서종인 늦반딧불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체험 행사가 열린 소불골은 근처 상아골과 더불어 울산의 대표적인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꼽힌다. 도심을 끼고 있는 남구 삼호동 삼호산 아래 골짜기도 근처를 지나던 고등학생들이 지난해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초저녁 시간에 반딧불이를 발견해 제보함으로써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확인된 곳이다. 최근엔 외곽 지역인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와 도심 자연공원인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동문 쪽 숲 등 5곳이 늦반딧불이 서식지로 추가 확인됐다. 애반딧불이는 웅촌면 석천리 석천마을에서 올해 50마리 이상 발견돼 대표적인 서식지로 꼽혔다. 정 대표는 “울산대공원 같은 곳에선 1998년과 2000년에도 각각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가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는데 최근 다시 늦반딧불이 서식이 확인됐다. 비록 개체수는 적지만 울산에서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환경지표종 곤충인 반딧불이 서식지가 남아 있다는 것은 울산의 생태환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 시민들이 반딧불이에 대해 관심을 보일 여유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 환경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디어디서 반딧불이를 봤다는 시민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는 2000년대 들어 태화강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도시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아오다 최근 반딧불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반딧불이 서식지 보전을 통한 관광자원 개발 및 생태체험 학습장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나섰다. 김노경 울산시 환경정책과장은 “반딧불이 서식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서식지 보전과 활용 가능성을 파악해 그 방안을 고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하는 대표적인 곳은 전북 무주군 설천면 일대로 1982년부터 이곳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또 무주군과 인천 계양구, 충북 괴산·옥천군, 충남 아산시, 경기도 남양주시 등에서는 해마다 6~8월 반딧불이 축제도 열린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서식지 실태조사 넘어 보전대책 세워야” 정우규 울산생명의숲 공동대표
“가로등·농약·차량통행 규제하고
다슬기 등 먹이동물 공급해야”
정우규(60·울산 생명의 숲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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